<‘防産부패’에 무너지는 安保>K-11 磁性시험만하고 ‘OK’… 몸체결함·납품중단 ‘쉬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은폐 의혹 군 당국은 지난해 9월 K-11 복합소총 사격통제장치 몸체에서 심각한 결함을 발견했지만 두 달 뒤 열린 대국민 공개시연회에서는 이 문제를 공개하지 않았었다. 사진은 한 군인이 지난해 11월 17일 경기 포천시 창수면 국방과학연구소(ADD) 다락대시험장에서 열린 공개시연회에서 K-11 소총에 대한 자기장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 문화일보자료사진

軍 “사소한 고장일뿐” 강변만
품질검사 시점도 오락가락
원인규명 못해 전력화 차질

군 당국이 지난해 7월 4차 전력화 재개 결정 두 달 뒤인 9월 실시한 K-11 복합소총 품질보증 검사과정에서 사격통제장치 몸체(하우징)에서 심각한 결함을 발견, 납품을 전면 중단한 사실을 최근까지 4달 가까이 공개하지 않은 채 쉬쉬해온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은 제작 공정상의 하자로 보인다는 업체의 말을 빌려 사소한 결함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으나 무기전문가들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 총기 몸체에 생긴 균열 현상이 군 당국의 말대로 사소하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병사의 생명으로 직결되는 안전문제 결함인 데다 총기 수명도 단축되는데 ‘무결점’을 지향해야 하는 방위산업에 사소한 결함이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26일까지 근 넉 달 가까이 지나도록 정확한 원인 규명을 못해 전력화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문제다. 더구나 품질보증 검사 시점 발표도 오락가락하고 있어 결함을 의도적으로 숨기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은폐 의혹 확산도 불가피해 보인다. 해당업체 등은 애초 품질보증 검사 시점을 지난해 11월 17일 경기 포천 국방과학연구소(ADD) 다락대시험장에서 가진 공개 품질 시연회 직후라고 밝혔으며 방위사업청도 11∼12월쯤이라고 했다가 검사 시점을 집중적으로 캐묻자 공개 품질 시연회 2달 전인 지난해 9월이었다고 수정한 것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해 7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2차 총기폭발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대부분 해소됐다며 전력화를 재개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1월 실시한 공개 품질 시연회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김광진(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자석 근접 시 격발센서 오작동에 의한 발사 오류’에 대해서만 해명했으며, 총기를 땅에 떨어뜨리는 낙하 등 충격 실험을 추가로 실시해 총기 품질에 이상이 없을 뿐더러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최근까지 밝힌 바 있다. 결함을 숨긴 사실이 들통 나자 이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점에서 사통장치의 나사 풀림과 균열이 확인된 뒤에 진행된 대국민 공개 시연회도 교묘한 눈속임이 아니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다락대시험장 공개 품질 시연회는 이용걸 당시 방위사업청장을 비롯해 정홍용 ADD 소장, 이헌곤 국방기술품질원장 등 국방 획득무기 책임자들과 황진하 국회 국방위원장 등 국회·언론·국방전문가 등 140여 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온 국민이 지켜보는 공개 품질 시연회가 어렵게 마련된 만큼 K-11과 관련된 숱한 의혹을 해소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이 자신들이 공개하고 싶은 것만 공개하고, 납품 전면 중단사태까지 초래한 심각한 결함 사실에 대해 함구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다락대시험장 시연은 사통장치 결함과는 무관한 자성 영향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한 자리였다”며 “의도적으로 결함 사실을 은폐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방사청의 이 같은 주장은 의도적 은폐 의도는 없었지만, 결함 자체는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