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푸드>미역, 속쓰림 달래는 ‘매끈한 바다채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미역을 들어 보이며 성분과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위나 십이지장에 궤양이 있는 것처럼 속쓰림과 통증이 계속된다. 또 마치 위 운동에 문제가 있어 소화가 안 되는 것처럼 속이 더부룩하고 항상 배가 부른 듯한 느낌도 있고, 위식도 역류형 환자처럼 트림이나 구역질이 많이 나고 가슴 부분이 쓰린 증상도 그치지 않는다. 만성소화불량, 의학적으로는 기능성 위장장애로 불리는 질환의 주요 증상이다. 어떤 약을 먹어야 할까. 약 말고는 치료 방법이 없을까. 이에 대해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천연식품에도 소화불량에 대해 충분히 치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당신은 당신이 먹는 것이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건강이 크게 결정된다는 뜻이죠. 속쓰림 등 대부분의 소화불량 질환에 좋은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미역입니다.”

이 교수는 미역을 추천하는 이유로 미역에 풍부한 알긴산을 꼽았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유명 소화제의 주요 소재이기도 한 알긴산은 다당류 식이섬유로 소화기능 향상은 물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긴산은 식도와 위장에 점막을 형성, 위염과 식도염 치료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합니다. 특히 속쓰림의 주요 원인인 위산을 흡착, 중화해 주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실제로 위장약 처방에 알긴산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약재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알긴산은 최근 혈압 강하, 중금속 배출 등의 효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알긴산은 칼륨 나트륨 칼슘과 결합하기를 좋아하는데, 장내에는 나트륨이 많기 때문에 알긴산은 혈압을 높이는 나트륨과 결합, 몸 밖으로 배출돼 혈압을 낮춘다. 혈액 안의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 고혈압 등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이와 함께 알긴산과 같은 섬유질은 장 안에서 우리 몸에 유익한 세균의 번식을 돕는 정장 기능을 해 성인병과 변비를 예방하는 다방면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에는 오염된 물과 공기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납이나 구리 등의 중금속을 흡착해 몸 밖으로 내보낸다는 연구결과도 국내에 많이 보고돼 있다.

이 교수는 미역 등 해조류에 풍부한 요오드, 아연,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도 소화기능을 돕는 데 한몫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네랄은 인체를 구성하는 성분으로, 세포·신경 전달 등 자동차의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미네랄이 부족하면 소화불량은 물론 대장암까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역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아연은 위나 장에 난 상처 치유를 돕는다. 수술을 받은 일부 환자에게 상처 부위가 아물지 않아 회복이 늦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아연 결핍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장수란 약물이나 간단한 요령으로 얻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장수 유전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유전자만 가지고 오래 살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음식, 생활습관, 마음가짐 등 환경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육류와 가공식품, 인스턴트 식품 섭취를 줄이라고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조언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