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이사가 中企대표 겸임… 476억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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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등기임원 50%
선임 권한 정관에 명시
실질지배 형성 9건 최다

삼표, 알엠씨·유니콘 설립
2년간 레미콘 252억 납품

중소기업청의 위장 중소기업 실태조사에서 적발된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지분출자, 지급보증, 임원 겸임 등 갖가지 탈법을 동원해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 행세를 하고 있었다. 총 113조 원의 공공조달 시장 중 제도적 장치를 통해 보장되는 중소기업 제품의 구매 규모가 70%(79조 원)를 차지하다 보니 안정적인 매출을 노리고 중소기업으로 위장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28일 중기청 조사결과를 보면, 이번에 적발된 26개 위장 중소기업 중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이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의 50%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정관에 명시해 실질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한 경우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면서 최대 출자자로 지배하고 있는 사례가 8건, 대표이사 또는 임원이 중소기업의 대표 및 임원을 겸임하고 있는 사례는 6건으로 나타났다. 아예 해당 중소기업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모기업 대표가 중소기업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경우도 2건, 공장 및 토지·건물·시설 등을 임대해 주는 우회적인 형태로 공공조달 시장에 납품하고 있는 경우가 1건이었다.

레미콘 대기업으로 최근 3년 평균 매출액이 6393억 원인 삼표는 공공조달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최대주주 및 친족관계에 있는 특수관계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지분관계를 형성한 후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해 도마에 올랐다. 삼표는 알엠씨와 유니콘의 지분 전량과 남동레미콘 지분 76.2%를 보유한 지배주주였으며 유니콘은 금융권으로부터의 차입금 555억 원에 대해 삼표로부터 지급보증을 제공받고 있었다. 삼표는 이들 위장 중소기업을 통해 최근 2년 동안 252억 원 상당의 레미콘을 납품했다가 적발됐다.

중견기업인 케이씨씨홀딩스(KCC그룹과 관계없음)가 설립한 시스원은 모기업의 이사가 대표를 겸직하고 있으며 모기업이 대표이사 임면권과 임원 중 절반의 선임권을 갖고 있는 위장 중소기업이다. 케이씨씨홀딩스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따라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입찰 참여가 제한된 20억 원 미만의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시스원을 앞세워 조달 시장에 참여했다. 이 결과 최근 2년간 공공조달 시장에 476억 원의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면서 납품액수 기준으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업종의 팅크웨어와 한글과컴퓨터, 전기전자업종의 멜파스와 네패스, 특장차 전문 중견기업인 오텍도 위장 중소기업을 세워 꼼수를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