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 日記 · 과거시험… 스토리로 되살아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화 작업을 통해 대중들과 새롭게 만나게될 조선 후기 학자 박세당의 별시 문과 장원 합격 시권(위 사진)과 조선왕조실록(아래 오른쪽 사진). 아래 왼쪽 사진은 한국국학진흥원이 각종 옛 이야기를 종합해 그린 ‘가을의 풍류를 즐기는 양반들의 모습’이다.

역사와 역사 자료는 문화의 보고다. 소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문화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문과 전문적인 역사 지식의 한계 때문에 대중들이 원자료를 직접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한국학 및 고전 관련 연구단체는 올해도 고전의 현대화· 대중화 작업을 통해 2차, 3차 문화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질 현대화된 고전·역사 기록 자료를 내놓을 계획이다.

먼저 한국고전번역원은 지난 2011년 시작해 2026년 완료를 목표로 하는 ‘조선왕조실록 번역 현대화 ’ 작업의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1993년 26년간의 작업 끝에 완역돼 실록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성과 관심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글로 옮겨졌지만 여전히 어려운 어투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번역 오류에 대한 문제도 계속 제기됐다. 이에 번역원은 이번 현대화 프로젝트를 통해 잘못된 번역을 바로잡고, 한자와 옛 어투를 고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최대한 현대 한국어로 풀어내는 한편, 다양한 관련 문헌을 비교 검토하고 당대 정치 상황과 제도, 주요 사건 등을 파악해 단순 번역 오류뿐 아니라 실록 원문 자체의 오류까지 잡아낼 예정이다. 주석도 풍부하게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에 기존 번역본보다 주석의 양이 6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번역원은 승정원일기, 일성록, 비변사등록 등 참고 자료가 비교적 풍부한 정조실록의 재번역에 먼저 착수해, 지금까지 48책 중 27책의 번역을 마무리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올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선시대 과거시험 답지 시권(試券)의 현대화와 스토리텔링 작업에 도전한다. 시권은 과거시험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작성되고 응시자와 시관 쌍방의 의사가 표시돼있는 복합문서다.

연구원 측은 이제까지 과거시험이라면 제도 자체에만 관심을 가졌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 조선시대 양반사회의 문화적 본질을 파악하고, 과거제도의 내용적 실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원은 먼저 자료를 엄선하고, 정확한 탈초(脫草·초서를 정자로 바꾸는 것)를 거친 후 역주(譯註· 번역과 주석)를 진행한다.

이어 과거시험의 구체적인 절차와 과정 등을 실제와 같이 흥미롭게 재현함으로써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결과물을 생산할 예정이다. 연구원은 엄선된 시권을 장서각 상설전으로 마련해 그 실물뿐만 아니라 문화적 맥락까지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일기류 및 기타 기록 자료를 활용해 문화예술 창작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이야기 소재’를 개발, 제공하는 ‘스토리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 국학진흥원은 올해도 일기류 자료를 활용한 약 600건의 기초 이야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조선시대의 일기 자료를 번역해, 단순히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10개의 테마로 구분하고, 이야기 소재마다 시간, 인물, 공간, 소품, 부가설명을 통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조선시대 일기에 등장하는 인물을 신분, 성별, 직업 등으로 구분하여 인물캐릭터로 구성하고, 이야기 소재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배경 정보를 멀티미디어로 제작해 제공한다. 스토리테마파크는 지난 2011년 구축된 뒤, 일기류 기록자료를 활용한 요소 시나리오를 매년 600건 이상 개발해왔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