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命보험업계 ‘회계 쇼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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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상손실까지 반영해야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 ‘뇌관’
‘지급여력 비율 늘리기’ 死鬪

1월 초 중견 생명보험사인 A사는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 2단계’에 대비하는 전사적인 차원의 전담팀을 꾸렸다. 이 회계기준이 예정대로 2018년에 도입되면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생명보험회사가 무더기로 생겨난 1980년대에 준하는 사상 최대의 위기가 올 것으로 내부에서 볼 정도”라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계가 3년 뒤에 벌어질 ‘부채 쇼크’에 벌써 잔뜩 긴장하고 있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방침에 맞춰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 2단계를 적용하면 생명보험업계는 현실화되지 않은 미래 손실까지 한꺼번에 부채로 잡아야 한다. 이럴 경우 생명보험업계의 부채 규모가 순식간에 수십조 원가량 늘어나는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중소 생명보험사(자산 50조 원 미만)는 많게는 수천억 원을, 대형 생명보험사(50조 원 이상)는 수조 원에 이르는 손실을 부채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금리 시절 7∼8%대의 확정형 이자 지급을 약속하고 인기리에 판매한 저축보험 상품이 앞으로 ‘뇌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생명보험업계는 만일에 대비해 쌓아 두는 자기자본 비중을 뜻하는 지급여력(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생명보험업계의 전체 평균 RBC 비율은 1년 전(291.8%)보다 33.4%포인트나 상승한 325.2%에 달했다. 금융감독당국의 권고기준(150%)을 고려하면 두 배 수준을 웃돈 셈이다.

생명보험회사인 B사 관계자는 “부채가 순식간에 늘어나면 RBC 비율이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어 자본금 확충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신규 투자나 사업은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라면서 “저성장·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수익성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