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기의 골프장 紀行>숲속의 東코스… 초원의 西코스… 날씨 영향 덜받는 제주의 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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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라CC 남 코스 18번 홀은 그린까지 내리막 지형으로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면 멀리 제주 시가지와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오라CC 제공

오라골프장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연습 스윙을 해대고, 잠결에도 팔을 휘둘러대며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괴롭힌 적도 있다.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더 멀리 나가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클럽에 기웃거린다. 주말만 되면 온갖 핑계를 둘러대며 필드에 갈 구실을 만들어 낸다.’

골프를 시작해서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 됐다면 공감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렇게 골프 삼매경에 빠져 있을 때였다. 변론으로 제주를 자주 들락거렸고, 그때마다 골프클럽을 갖고 다녔다. 재판이 끝나면 골프장으로 달려갔던 곳이 오라골프장이다. 이곳은 필자에게 멋진 추억이 있다. 다짜고짜 프런트 직원에게 “서울에서 왔으니 내보내 달라”고 사정했다. 몇 번을 그렇게 소란을 피워대니 얼굴을 아는 프런트 직원들은 알아서 티 타임을 내게 줬다. 나 홀로 나갔던 어느 날 라운드 도중에 비가 내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18홀을 마쳤다. 70타를 쳤다. 이처럼 오라CC는 처음으로 언더파를 안긴 곳이다.

오라CC는 제주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계곡과 숲으로 어우러진 동 코스(9홀), 평탄한 페어웨이로 초원을 연상케 하는 서 코스(9홀), 그리고 한라산과 바다, 제주시가지가 한눈에 보이는 남 코스(18홀) 등 36홀이다. 제주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골프장이 궂은 날씨 때문에 휴장하는 날에도 이곳에서는 지형적인 혜택으로 문을 열 때가 더 많다. 그래서 궂은 날이면 다른 골프장에 갔다가 몰려 온 골퍼들을 만나는 곳이다. 이곳을 골프장 부지로 선정한 사람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골프장을 만든 주인공은 부산의 동래CC와 서울 인근의 한양CC를 조성했던 삼호그룹의 조봉구 회장이다. 코스 설계는 1941년 일본오픈 챔피언을 역임했던 연덕춘 프로였다. 그가 설계한 골프장은 한양, 인천국제, 여주 등 10여 개이며 오라CC의 동서코스가 그의 손을 거친 골프장이다.

이런 자연조건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오라CC는 매년 국내 주니어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로는 최대 규모인 제주지사배 골프대회 개최지와 국가대표 및 상비군의 동계 훈련지로 장소를 제공하며 골프 꿈나무의 산실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래서 겨울이면 이곳에서 유명한 선수들을 쉽게 볼 수 있기도 하다.

오라CC는 최근 엄청난 변화를 하고 있다. 우선 페어웨이의 잔디를 ‘페레니얼 라이 그래스’와 ‘버뮤다 그래스’로 덮어 사시사철 푸름을 유지하고 있다. 2007년 3월에 신축된 클럽하우스는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뱅상 코르니가 설계한 것인데, 한라산과 오름의 능선을 형상화한 듯한 외관을 가지고 있어 인상적이다. 또한 각 코스에 설치한 4곳의 티 하우스에서는 라운드 중에도 제주도 향토음식과 계절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회원제 골프장이면서도 개장 후 2000년대까지만 해도 내국인보다 일본인이나 외국인 골퍼들이 많이 찾던 ‘관광지 골프장’의 대표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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