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어보(御寶)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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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 조사팀장

도장(圖章)으로 흔히 불리는 인장(印章)은 소유주의 품격을 나타낸다고 여겨져 소중하게 간직해 왔다. 요즘은 웬만한 공문서나 결재서류는 도장 대신 서명으로 대체돼 용도가 많이 줄었지만 계약서 등 중요한 공문서에는 여전히 도장이 필요하다.

도장의 기원은 기원전 약 5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역사에서 최초로 문자를 발명한 수메르인들이 지금과 같은 원통형 도장에 문양을 새겨 인주 대신 진흙을 사용한 것이 그 시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인이 그 아들 환웅에게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어 인간 세상에 보냈다는 단군 고사에서 비롯됐다.(성인근 ‘한국인장사’ 다운샘, 2013)

그런 도장이 나라나 왕실에서 사용될 때는 국새(國璽), 어보(御寶) 등으로 명칭부터 격이 달라진다. 국새와 어보는 뭐가 다를까. 국새는 국사에 사용되던 관인이고, 어보는 왕과 왕비의 개인적 인장을 뜻한다. 즉, 국새는 국가 최고 권력자의 인장인 동시에 국가의 상징으로 옥으로 만든 것은 옥새라고도 한다. 어보는 왕권과 왕실을 상징하는 것으로 가례(嘉禮) 등 왕실의 각종 의례에 사용된 의식용 인장을 말한다.

어보의 손잡이인 인뉴(印紐)는 대부분 거북이다. 그러나 1172년 고려 명종 때 어보 손잡이는 낙타였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전해져 이채롭다. 종묘에서 관리하던 어보는 조선왕조실록과 각종 의궤를 통해 366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가운데 42점은 분실됐다. 분실 어보 가운데 39점은 행방불명 상태이고, 외국 소재 3점 가운데 지난해 4월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반환된 국보급인 고종어보 외에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가 65년 만에 설 전후와 3월 중 각각 한국으로 돌아온다.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를 맡고 있는 혜문 스님이 2009년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6·25전쟁 중 미군들에 의해 어보가 약탈됐다는 국무부 보고서를 찾아낸 이후 LA주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우여곡절 끝에 되찾게 된 것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조사에 의하면 국외에 떠돌고 있는 문화재는 약 15만 점으로 추산된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우리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국외로 밀반출된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들을 찾아오는 일이다. 민족혼의 환수에 민·관,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