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남긴 슈틸리케 감독의 파격 전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드니(호주)=뉴시스】31일(현지시각) 오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대한민국과 호주의 결승전 경기에서 한국 손흥민이 후반 골을 넣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결승전에서 시도한 파격적인 전술이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15 호주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호주에 1-2로 석패, 준우승에 그쳤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 능력이 좋은 박주호(28·마인츠)를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붙박이 왼쪽 날개 손흥민(23·레버쿠젠)은 오른쪽으로 자리 이동을 했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의 짝궁으로 센터백 장현수(24·광저우 푸리)를 올려 세워 결과적으로 수비를 두껍게 쌓았다.

이전까지 12골을 넣으며 팀 득점 1위를 달린 호주를 상대하기 위한 맞춤형 전술이었다. 지난 17일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호주를 한 번 꺾은 바 있지만 화력으로 맞붙으면 객관적으로 한국이 열세가 분명했다.

이날 내세운 카드는 이번 대회 들어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수비수 출신으로 모험보다는 안정을 선호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성향과도 맞지 않는 전술에 많은 이들이 깜짝 놀랐다.

측면 공격이 날카로운 호주의 공격을 전방에서부터 압박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종의 노림수로 풀이됐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박주호가 있었기에 가능한 전술적인 변화였다.

박주호는 소속팀 마인츠에서 왼쪽 풀백을 보고 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기성용의 파트너로 중용돼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도 완벽히 소화해 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결승에서 처음 시도된 슈틸리케 감독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창과 방패의 대결로 비유된 이날 경기에서 호주의 날카로운 창을 한국의 방패가 이겨내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상대 미드필더 마시오 루옹고(23·스윈든타운)에게 중거리 슈팅을 얻어 맞았다.

루옹고는 중원에서 찔러준 패스를 돌아서면서 받아 수비수를 한꺼번에 제쳤고 한 박자 빠른 중거리 슈팅으로 한국 골문 구석에 꽂았다.

조별리그부터 이어오던 한국의 무실점 기록은 루옹골의 골로 약 524분 만에 깨졌다.

이같은 깜짝 전술은 전반까지는 잘 통하는 듯 했다.

수비 능력이 좋은 박주호가 상대 측면 공격수 로비 크루스(27·레버쿠젠)의 움직임을 2선에서 효과적으로 저지했다. 호주는 자신들의 구상대로 공격이 풀리지 않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호주 선수들은 거친 플레이를 일삼으며 짜증내는 모습도 자주 포착됐다. 전반 45분 동안 호주의 수비수 2명으로부터 반칙을 얻어낸 것도 적극적인 수비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루옹고를 막지 못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도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18분과 26분 각각 남태희(24·레퀴야)와 박주호를 빼고 이근호(30·엘 자이시)와 한국영(25·카타르SC)을 투입시켰다.

야심차게 준비한 ‘박주호 시프트’가 실패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한국은 이후에도 계속되는 호주의 공세를 막는데 급급했다.

급기야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42분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24·상주)을 빼고 김주영(27·상하이 둥야)을 넣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공중볼 처리능력이 뛰어난 센터백 곽태휘를 최전방으로 올리는 모험을 걸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거짓말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손흥민의 발끝에서 기적같은 동점골이 터졌다.

박스 안쪽에서 기성용의 패스받은 손흥민이 드리블 돌파 뒤 시도한 오른발 슈팅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연장전에서는 신장이 좋은 장현수와 곽태휘를 번갈아가며 최전방 원톱으로 세우고 손흥민과 이근호를 좌우 날개로 활용했다.

하지만 연장 전반 추가시간 상대 제임스 트로이시(27·쥘테 바레험)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김진현이 걷어냈고, 트로이시를 놓쳐 골을 허용했다.

120분 간 끊임 없이 변화를 줬던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은 결국 실패작으로 돌아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