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무장관이 눈 안치워 벌금 무는 미국의 생활法治

  • 문화일보
  • 입력 2015-02-0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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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누비다시피 하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자신의 보스턴 자택 앞길의 눈을 미처 치우지 않은 잘못으로 한 시민의 민원에 따라 벌금을 물게 됐다. 케리 장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조문 외교’를 펴던 지난달 27일, 보스턴 일대에 눈폭풍이 불었고 시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럼에도 케리 장관 집 앞의 눈이 방치되자 ‘눈 치울 때까지 매일 벌금 50달러’라는 시 규정에 따라 하루치 벌금을 통지받았다. 케리 장관 측은 즉각 실수를 시인하고 벌금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일화는, 법치(法治)는 그 실현하려는 가치가 엄중한 것이든, 생활 주변의 상대적으로 사소해 보이는 것이든, 예외 없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함을 새삼 일깨운다. 법의 여신 디케의 상(像) 대부분이 스스로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케리 장관의 위규(違規)와 벌금 사례를 돌아보는 이유는 국내 각급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시행 중인 제설(除雪)조례를 주민 대부분이 있는 줄조차 모를 만큼 유명무실해진 상황과 너무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눈 치우기 외에도 교통질서, 집회·시위, 쓰레기 버리기 등 일상 생활과 직결된 법치의 영역이 넓다. 이런 생활법치가 제대로 구현돼야 일류 문명국가도 가능할 것이다.

불법 집회시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강제 진압·연행하는 미국의 사례와, 불법시위 현장에서 경찰관이 폭행당하고 ‘현행범 체포’ 수모까지 겪는 대한민국의 법치 난장은 두 나라 ‘법과 제복’의 권위 차이를 상징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일부 변호사들은 그런 혐의로 법원의 재판과 더불어 대한변협의 징계를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 일상생활에서부터 ‘주먹보다 법’이 가깝도록 하는 것, 이것이 법무부의 올 정책 방향인 ‘법치 강화’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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