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랑 많은 사람과 대화할땐 일단 달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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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수업 / 데이비드 번즈 지음, 차익종 옮김 / 흐름출판

불평이 많은 사람들을 대할 때는 그저 그의 말을 잘 귀기울여 들어라. 때때로 ‘아이고, 저런’ ‘음, 그렇게 느꼈겠네요’ 같은 추임새만 넣으면 된다. 충고나 격려, 도움을 주려는 행위는 좋지 않은 접근법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진심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충고는 불평꾼을 화나게 하거나 더 많은 불평을 꺼내놓게 한다. 반면, 공감은 불평을 그치게 한다.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좋아하는 사람은 일단 달래라. ‘당신은 정말 그토록 훌륭한 사람이군요’ 식의 대화법이 적절하다. 물론 모든 사람과 친밀하게 지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와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면 달랜 뒤에 기분을 솔직히 말하는 것이 좋다. 고집쟁이, 남을 부리기 좋아하는 사람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일단 그를 인정하고 공감을 표한 다음 정확하게 자기 기분을 표현해야 한다. ‘그런데 그건 좀 섭섭해. 나는 슬퍼.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 방식이 유효하다.

‘관계 수업’은 인간관계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미국에서 400만 권이 팔린 ‘필링 굿’의 저자 데이비드 번즈(심리행동과학) 스탠퍼드대 의대 명예교수가 펴낸 후속작(원제: 필링 굿 투게더)으로, 사람을 대하는 실전 테크닉을 다룬다. 인지행동치료의 권위자인 그가 다양한 임상치료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관계가 불편해지는 이유를 짚고 관계 회복을 이끄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세상에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원인제공자’다. 하지만 번즈 교수는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잘못된 관계의 원흉을 상대방으로 돌리고 비난하는 것은 상황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를 먼저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헛수고에 가깝다. 그럴수록 더 강한 저항이 돌아올 뿐이다. 먼저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내’가 바뀌어야 상대방도 바뀐다. ‘잘못은 그에게 있는데, 왜 내가 그 고생을 해야 하느냐’고 억울한 마음이 들 수 있다. 이에 대한 번즈 교수의 답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 어떻게 100% 책임이 있을 수 있나’다.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소통방식의 변화가 핵심이다. 존중(인정), 공감, 달래기, 내 기분 말하기, 확인 질문 등 5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일단 상대방의 의견과 기분 상태를 존중하고 공감을 표한다. 이후 ‘너는 나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피력해 달래고, “생각을 더 말해줄래?” 같은 확인 질문으로 대화를 이끈다. 여기서 나의 기분 상태와 느낌을 적절히 배합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몰라, 나 집에 갈래’ ‘오빠는 내가 왜 이러는지 아직도 모르겠어?’는 안 된다. 말해야 안다. 갈등 자체를 두려워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상황만 모면하려는 사람도 많지만,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관계일지를 작성하면 관계의 문제를 찾고, 좋은 의사소통 방식을 연습할 수 있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한 말을 적는 것이 첫째, 거기에 대한 나의 답변을 적는 것이 둘째다. 그 다음 이것이 좋은 의사소통인지, 나쁜 의사소통인지를 판단한다. 나의 대응으로 인해 벌어진 결과도 적는다. 마지막으로 좋은 관계를 위해 내가 해야 했던 최상의 답변을 생각한다. 이때 답변에 들어가야 할 구성요소를 다시 한번 상기하자. ‘존중(인정), 공감, 달래기, 내 기분 말하기, 확인 질문’.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