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100年前 강제 개명한 ‘홍주’ 이름 되찾는 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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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역사가 어린 ‘홍주’라는 지명을 빼앗긴 지 100년 만에 시민운동 차원에서 지명 회복 운동을 벌이는 것은 일제 잔재 청산과 지역 정체성 회복 차원에서 늦었지만 뜻깊은 일입니다.”

충남 홍성군의 옛 지명인 ‘홍주’를 되찾기 위한 ‘홍주지명 되찾기 범군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최근 출범한 가운데 이 운동의 역사적, 학문적 배경 등을 연구하고 있는 김경수(사진) 청운대 교양학부 교수는 “역사적으로 홍주라는 이름이 등장한 1018년(고려 현종 9년)에서 딱 1000년이 지난 오는 2018년까지 빼앗긴 지명을 되찾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홍성은 일제가 행정 통합이란 명분으로 1914년 홍주군과 결성군의 통합을 강행하면서 홍주의 ‘홍(洪)’ 자와 결성의 ‘성(城)’ 자를 합해 만든 지명”이라며 “일제는 당시 충남에 있는 ‘공주’와 일본어 발음(고슈) 구별이 어려워 행정적 불편을 피한다는 이유로 홍성으로 개칭을 강행했지만 이면에는 만해 한용운, 백야 김좌진, 홍주의병 등 홍주 지역의 항일 분위기를 잠재우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에서 ‘홍주’를 검색하면 태종부터 고종 때까지 모두 1242건의 내용이 검색될 정도로 홍주는 일반적인 지명이었다”며 “홍주는 당시 청주, 충주, 공주와 함께 충청도를 대표했던 4대 중심 도시로 현재 평택에서부터 서천에 이르기까지 10여 개 군·현을 관할했던 행정 중심지이자 군사적 요충지이고 내포문화권의 중심지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선비 문화가 구한말과 일제 침략이 본격화된 20세기 초 이 지역에서 항일 운동이 번성하게 된 역사적 배경이 됐다는 것이 김 교수의 해석이다.

김 교수는 “일제가 35년 동안 남긴 잔재가 일제가 끝난 지 70년이 된 현재까지 잔존해 있다는 것은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지역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가 있고 역사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역사문화도시 홍성의 본래 이름인 홍주로의 복귀는 역사문화도시 홍성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문화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충실할 때 제 빛을 발할 수 있다”며 “홍성을 지나간 역사에서 영광을 지녔던 박제화된 과거 도시에 그치지 않고 독특한 역사와 문화가 있는 역사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인 만큼 주민들의 지혜를 모아 지명 되찾기 운동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학자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성=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