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黃장관의 ‘정상의 비정상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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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5-02-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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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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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 사회부 차장

국립대학이 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선출해 올린 총장 후보들을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용제청 하지 않아 대학행정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황 장관이 임용제청을 거부하면서 공주대는 12개월째, 경북대 6개월째, 한국방송통신대는 5개월째 총장이 공석이다. 앞서 한국체육대는 23개월째 총장 공석 사태를 이어오다 지난 5일 친(親)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김성조 전 의원이 대통령에 의해 한체대 총장에 임용돼 사태가 일단락됐다.

황 장관이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국립대 총장을 임용제청 하지 않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법률 위반의 소지마저 있다. 지난해 9월 30일 서울행정법원 4부와 올해 1월 21일 서울고등법원 11행정부는 황 장관의 김현규 공주대 교수에 대한 총장 임용제청 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1월 22일 서울행정법원 13부도 류수노 방송대 총장 후보에 대한 임용제청 거부처분을 취소했다. 2개의 1심과 1개의 항소심이, 교육부의 총장 임용제청 거부에 대해 “그 근거와 사유를 명시하지 않아 국가의 적법한 행정절차를 위반했다”고 명시했음에도 황 장관은 “대법원의 판결까지 받아보겠다”며 곧바로 상고 및 항소했다. 황 장관이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으로 법률을 잘 알고 있을 뿐더러 온건하고 합리적인 스타일이라, 교육부의 ‘몽니’는 청와대의 뜻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총장 후보들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에 교육부가 임용제청을 거부하고 있다”고 교육계 안팎에서 제기돼 온 정치적 해석은, 한체대는커녕 체육분야와 별로 인연이 없어 보이는 경북 구미 출신의 김성조 전 의원이 앞서 4차례 선출됐던 8명의 1·2순위 후보들을 제치고 한체대 총장에 임용되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김성조 한체대 총장 임용은, ‘총장 공석 사태를 끝내고 싶으면 알아서 후보를 다시 올리라’고 공주대·방송대·경북대에 보내는 정권의 사인이라고 교육계 안팎에서 수군거린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앉히기 위한 것이든 아니든 정부에 의한 국립대 총장의 장기 공석 사태는 5·6공 권위주의 정권 이전 시대로의 심각한 역사 후퇴다. 헌법 제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의 자주성과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에 대한 공권력 등 외부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 구성원 자신이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대학에 부여된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따라서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총장 임용제청 거부는 교육공무원법에 구체화된 대학자치권의 제한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국립대 총장은 해당 대학 총장임용추천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1·2순위 후보자를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의 임용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지난 2000년 이후 임용제청이 거부된 사례는 10건으로, 이 가운데 70%인 7건이 현 정부에서 발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지표로 내건 비정상의 정상화는 ‘비정상이 현 정부에선 정상처럼 된다는 것’이라는 비아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sdg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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