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정대철 … 김종필 부인 빈소에 초당적 조문 행렬

김종필(89) 전 국무총리의 부인 고 박영옥(86) 여사의 빈소에 주요 인사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암으로 숨진 박 여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인 박상희 씨의 맏딸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 언니다. 박 대통령은 22일 김기춘 비서실장을 통해 조화를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빈소를 찾았다.

23일 유족 측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 정몽준 전 대표, 김용환 전 재무장관, 이재오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우윤근 원내대표, 정대철 상임고문 등 여야 주요 정치인들이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이완구 국무총리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병기 국정원장 등 정부 인사들도 조문했다.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몸이 불편한 김 전 총리는 휠체어에 앉아 조문객 등을 맞았다. 김 전 총리는 김 실장과 김 대표에게 “외롭고 힘든 박 대통령을 잘 도와드리라”고 했고, 이 총리에게는 “(박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비판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소리 일절 입에 담지 말라”고 말했다. 문 대표를 만나서는 “정치는 잘못하면 국민에게 비난받고 열매를 못 따먹기 때문에 정치인 본인으로서는 허업(虛業)”이라며 “맡은 일을 잘하라”고 했다. 또 “대통령 단임제, 대통령 책임제 해서는 큰일을 못한다”며 내각제 개헌론을 피력하기도 했다.

사촌 처남이자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집사람(서향희 변호사)이 쌍둥이를 임신해 오지 못했다”고 하자, 김 전 총리는 “아버지(박 전 대통령)가 살아 계시면 얼마나 좋아하실까”라고 했다.

김 전 총리와 박 여사는 1951년 박 전 대통령의 소개로 결혼해 64년을 함께 했다. 김 전 총리는 영면한 아내에게 결혼식 때 나눠 꼈던 금반지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국무총리를 두 번이나 지낸 그는 사후에 박 여사와 함께 묻히기 위해 충남 부여 선산에 부부묘지를 마련해 놓았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