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을 노래하는 ‘젊은이들 이야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곤, 더 버스커’의 최곤(김신의·오른쪽)은 “음악만을 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버스커(거리공연예술가)로 살아간다. 그러나 신청곡은 받지 않는다. 곤은 직접 만든 노래를 부르며, 온전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프로젝트에이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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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스타, 슈퍼스타K, 보이스오브코리아, 톱밴드…. 음악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귀에 익은 오디션 프로그램만 이미 3∼4개. 잠잠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대한민국은 ‘노래 열풍’이다. ‘오디션의 시대’에 ‘진짜’ 음악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나선 두 편의 뮤지컬이 주목된다. 스테디셀러 ‘오디션’(사진 아래)과 현재 초연 중인 ‘곤, 더 버스커’. 둘 다 국내 ‘액터 뮤지션(Actor-musician·노래와 연기뿐 아니라 연주까지 하는 배우)’ 뮤지컬을 탄생시킨 박용전 연출의 작품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오디션
88만원 세대 꿈 좇는 하루
대학로서 8년째 장기공연

◇“좋아하는 일을 해서 집도 살 거다”…오디션 꿈꾸는 88만원 세대 = ‘오디션’은 무대 공포증을 앓는 리드보컬 병태(이창민·김찬호 분)를 중심으로, 베이시스트 준철(유환웅 분), 기타리스트 찬희(이화용·장예찬 분), 드러머 다복(최종선·이태구 분), 매니저 초롱(황서현 분), 그리고 새로운 보컬 선아(정가희 분)가 오디션에 참가하는 과정을 그렸다.

밴드명은 복스팝. 수개월째 월세를 밀린 지하 연습실에서도 여전히 “넌 꿈이 뭐야?”라고 묻는 청춘들이다. 거리에 나앉더라도 기타(꿈)를 돈(현실)과 바꾸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어른’들은 “그냥 하루하루 특별하고 신선한 감동, 그런 감동을 난 느끼고 싶어”(내일을 믿어요)라고 노래하는 그들이 불편하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었음에도.

2007년 초연 후 십 수차례 재공연 된 이 작품은 음악이 하고 싶은, 지금 한국 사회의 ‘88만원 세대’를 보여준다. 그들은 “이마트 마감 시간에 떨이로 사온 고추장 삼겹살…무릎을 꿇어 두 팔을 벌려 내 앞의 고기를 찬양해!”(고기예찬)라며 ‘돼지’ 앞에서 경건한 의식을 치르고, “담배는 점점 더 비싸지고 밖에는 왠지 나가기가 싫어”(루닉 No.3)라고 신세 한탄을 하다가, 결국에는 “대학은 나왔는데 뭐해서 먹고사나, 최저 시급 5600원 니가 한 번 살아봐라”(좋아서 한다)라며 사회구조를 비판한다. 갈팡질팡하는 건 아직 ‘꿈’이 있기 때문. “좋아하는 마음으로 집을 살 수는 없잖아”라고 화를 내더니 금세 “좋아하는 일을 해서 집도 살 거다”라고 다짐하는 이들이 과연 무사히 오디션에 참가해, 우승을 할 수 있을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3월 15일까지.

곤, 더 버스커
비트박스·탭댄스·마임 볼거리
상업주의에 물든 오디션 비판

◇“어떻게 노래로 경쟁을 하냐?”…버스커, 상업주의 오디션에 반기를 들다 = ‘곤, 더 버스커’는 이미 오디션을 맛본 한 버스커(거리공연예술가)의 작은 ‘봉기’를 그렸다. ‘오디션’의 속편 혹은 업그레이드 버전. 거리 공연을 하며 살아가는 최곤(김신의·허규 분)은 어릴 때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고 있는 원석(김보강 분)과 니나(김효정 분) 남매를 만나 ‘니나잘해’ 팀을 꾸린다. 돌발 행동으로 오디션에서 중도이탈 한 바 있는 곤은 내키지 않지만 남매를 위해 함께 한번 더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다. 그러나 “핸드폰 가게에서 니가 듣고 싶거나 말거나 틀어주는 똑같은 노래나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곤, 더 버스커)라고 말하는 곤에게 방송은 여전히 못마땅하다. 결국,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억지 ‘감동팔이’를 일삼는 제작진을 향해 반기를 들고 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뮤지컬 우수작품으로 선정돼 제작지원을 받은 ‘곤, 더 버스커’는 ‘오디션’보다 훨씬 오늘의 현실에 가깝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법한 자극적인 경쟁방식, 획일적 상업주의 등을 지적한다. 화려해 보이는 TV 오디션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지만, 밴드뿐 아니라 비트박스, 탭댄스, 마임 등 다양한 거리 예술이 한 무대 위에서 어우러지는 모습은 눈을 떼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다. 곤이 전하는 메시지만큼이나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3월 22일까지. 02-391-8226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