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배우면서 진정한 한국인 됐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대 학생(오른쪽)이 다문화가정 청소년에게 아쟁 연주를 가르치고 있다. 부산대 제공

다문화·탈북 청소년이 단원
가야금·해금 등 9개월 맹훈련

“국악을 배우면서 진정한 한국인이 됐어요.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피가 나 반창고 붙이고 또 연습해도 재미있어요.”

다문화 가정과 새터민 청소년들로 구성된 국악 오케스트라가 첫 공연을 연다. 배양현(한국음악) 부산대 교수는 ‘효원 레인보우 국악 오케스트라’의 창단 첫 연주회를 25일 부산대에서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 오케스트라는 부산에 거주하는 새터민 자녀와 중국·베트남·러시아·알제리·멕시코·미국·캐나다·필리핀 출신 다문화 가정 초·중학생 26명으로 구성돼 있다. 효원은 부산대를, 레인보우는 다문화가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는 무지개를 뜻한다.

이 오케스트라 단장인 배 교수 등 부산대 한국음악학과 교수와 강사, 재학생 등 60명은 이들의 한국사회 정착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는 멘토로 참여해 200시간에 걸쳐 연주를 지도해 왔다. 단원들도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아쟁, 장구 등 악기와 정가(正歌), 병창(연주와 창을 동시에 하는 것) 등을 배우며 9개월 동안 피나는 연습을 해왔다. 1주일에 두 번 대학생들이 각 가정을 방문해 악기연주를 지도한 데 이어 매주 토요일은 대학에서 강사가 직접 참여하는 이론 및 실습교육, 여름·겨울 방학 때는 4박 5일씩 캠프 형태로 합주 연습과정을 거치는 맹훈련의 연속이었다.

단원 정은수(12) 양은 “손가락이 상처투성이고 굳은살이 생겼지만 너무 재미있어 열심히 가야금 병창을 배워 관련 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원은 “장구 등 타악기를 배우면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져 신바람이 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청소년들이 어려운 국악을 배우고 합주하면서 인내심, 협동심, 의지력을 키워나가고 한국인으로서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것 같아 단원 수를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멘토로 참여한 대학생들도 “학업과 멘토링을 병행하느라 힘들었지만 매우 보람이 있었다”며 “단원들이 어려운 여건을 딛고 노력해온 만큼 많은 분이 격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