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분석>‘돈 먹는 하마’ 지구당 부활시키자는 선관위

현역의원 지역권력 독점… 사조직화 금권정치 우려

법인·단체후원금 허용땐 ‘新정경유착’ 가능성도 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 중 ‘돈 먹는 하마’라 불리며 지난 2004년 폐지됐던 지구당 제도의 부활과 단체와 법인의 정치자금 기탁 허용 방안이 자칫 ‘돈 정치’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와 정치권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정치 문화가 상당 부분 개선되고 깨끗해졌다는 입장이지만, 지구당 제도가 원천적으로 갖고 있는 지역 내 권력 독점 구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정치자금 기탁 허용 방안이 맞물릴 경우 ‘정경 유착’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2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구당을 부활시키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단, 지구당 위원장을 현역 의원이 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구당이 부활하게 되면 현역 의원 또는 현재 당협위원장이 지구당을 독식해서 사조직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그 경우 돈이 들게 되고 자연스레 금권 정치가 활성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당 부활이 지역주민 여론 청취 필요성 등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법인·단체의 후원 허용과 맞물릴 경우 아무리 선관위를 통해 기탁한다는 단서가 있다 하더라도 돈줄인 기업의 입김에서 정치권이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신(新) 정경유착’이 생길 공산도 크다.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지구당 폐지를 주도한 바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중앙당 기능이 축소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지구당이 부활한다면 ‘돈 먹는 하마’인 지구당의 질주를 제어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