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끝내 김경협 임명 … ‘빛 바랜 탕평’

문재인 대표와 비노(비노무현)계가 갈등을 빚어 온 새정치민주연합 수석사무부총장 자리에 친노(친노무현)계인 김경협 의원이 임명됐다. 문 대표는 자신의 뜻을 관철했지만 해묵은 친노-비노 간 앙금이 다시 한 번 드러났고 탕평인사의 빛도 바랬다.

새정치연합은 25일 김 의원을 수석부총장에, 진성준 의원을 전략기획위원장에 각각 임명했다. 수석부총장은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가 김 의원 카드를 제안한 후 추가로 세 차례의 최고위원회의를 거친 끝에야 선임됐다. 문 대표는 수석부총장에 자기 사람을 앉히는 데 성공했지만 인사를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졌다는 점에서 잃은 것도 적지 않다. 한 의원은 “문 대표가 탕평인사를 하겠다고 밝혀왔는데 인사에 대한 반발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공언이 무색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친노와 비노 간 인식의 차가 재확인됐다. 문 대표 측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에 대해 탕평인사를 실시했고, 실무 인사 한 명을 임명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문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우리 쪽 사람을 앉힌 것이 없지 않나. 한 명 정도는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반면 비노 측은 ‘무늬만 탕평’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당직에서 배제됐고, 한두 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범 친노 인사 또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를 지원한 것으로 평가받는 인사들이 당직을 맡았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대표가 고려한 인사 모두를 놓고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한 것이 아니라, 최고위원회의가 열릴 때마다 한두 명씩 던져 사실상 논의 없이 대표의 뜻대로 인사가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관행상 수석 최고위원 몫이었던 수석부총장을 대표가 빼앗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문 대표 측은 과거 한명숙 대표, 이해찬 대표, 김한길 대표 때도 대표가 수석부총장을 선임해 왔다고 반박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