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대선 公約 빈말로 돌린 ‘검사 靑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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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주 /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청와대 인사가 또 문제다. 이번에는 검사(檢事)의 청와대 편법 근무로 여론이 비등(沸騰)하다. 검사는 1997년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게 됐다. 이는 검사를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시켜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13년 4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검사가 근무를 시작한 이래 최근까지 9명의 검사가 검찰청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 근무를 했다. 물론 청와대 근무가 끝나고 나면 다시 검찰로 복귀한다. 그래서 편법이다.

그런데 이번에 또 검사의 편법적인 청와대 파견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처럼 청와대 파견이나 근무를 금지하고 있는 법의 취지에 반하는 편법 인사는 박 대통령 자신이 대통령 후보자 시절에 이 문제를 비판했었다. 그러면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검사의 외부 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고 공약(公約)한 바 있어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여론이 나빠지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사실 검사의 편법적인 청와대 파견은 박 대통령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던 2003년 검사가 사직서를 내고 청와대 근무를 하기 시작해 임기 말까지 모두 9명의 검사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22명의 검사가 사직서를 내고 청와대 근무를 했으며, 근무가 끝난 뒤에는 다시 검사로 복귀했다. 박정부 입장에서 보면, 편법이기는 해도 선례(先例)와 관례(慣例)를 따른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법 제정의 취지에 반하는 편법적인 인사 관행임이 분명하다.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검사의 청와대 근무나 파견이 편법으로 이뤄지면서 국민은 검사의 정치화를 다시 걱정하고 있다. 검찰이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놀음에 빠질 경우 발생한 문제들이 기억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검사는 공정하게 법이 집행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편법과 탈법을 찾아내 법과 정의를 실현하는 막중한 책무를 가진 법 집행의 감시자다. 따라서 법률의 준수에 있어 모든 국민의 모범이 돼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검사의 인사가 편법으로, 그것도 청와대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국민에게 법을 지킬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 탈법과 편법을 어떻게 단속하고 처벌할 수 있겠는가? 국민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검사 사직 이후 몇 년 이내에는 청와대 근무를 금지하거나 청와대 근무 이후 몇 년간은 검찰로 복귀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률안이 제출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법률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확신이 가지 않는다. 또 다른 편법을 만들어낼 가능성만 커질 것이다. 강제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편법은 더 은밀하고 비밀스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검사의 청와대 근무가 정권의 색깔이나 정치 지도자의 성향과는 무관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검사의 전문성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이 그렇다면 청와대에서 먼저 공개적으로 그 필요성을 밝히고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계 전문가의 지혜를 모아 검사의 정치화를 막으면서 청와대에서 필요로 하는 검사의 전문성을 적법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