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위해 참고, 죽는 것이 일본의 전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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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위해 참는 것, 국가를 위해 죽는 것이 일본의 전통인가.”

일본을 사랑해 일본에 귀화까지 한 미국의 노학자 도널드 킨(92·사진) 컬럼비아대 명예교수는 26일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종전 70주년을 맞은 일본을 겨냥해 “일본은 지금도 국민에게 인내를 강요하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청년시절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를 읽고 감동을 받아 일본문학 연구에 심취해온 노학자가 제2의 조국 일본에 대해 대놓고 ‘쓴소리’를 한 것이다.

2차대전 때 미 해군의 일본어 장교로 참전했던 킨 교수는 인터뷰에서 올해 70주년을 맞은 태평양전쟁에 대해 “1943년 5월 애투 섬 전투에 참가해 수류탄을 가슴에 안고 자결하는 일본군을 본적이 있다”며 “1945년 3월 오키나와(沖繩) 전투에서도 일본군 특공대가 무자비하게 수송선을 향해 돌진해 왔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당시 “‘일본인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죽음을 택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전쟁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킨 교수는 중국 대륙에서의 일본군 만행을 들은 적은 있지만 전쟁에서 실제로 겪어보니 “‘일본은 역시 무서운 나라’라고 생각하게 됐다”고도 털어놨다.

그러나 킨 교수는 “하와이 진주만 포로 수용소에서 만난 일본 군인들은 문학과 영화, 음악을 사랑하는 일본인들이었다”며 “일본의 만행과는 달리 젊은 군인들이 전쟁터로 내몰려서인 것 같아 동정심마저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킨 교수는 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당시 엄청난 재해를 당했으면서도 서로 돕는 일본인들의 모습에 감동했다”며 “그러나 피해를 당한 국민들은 여전히 정부로부터 억지 인내를 강요받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킨 교수는 1943년 2월 미 해군 일본어 학교를 졸업한뒤 2차대전에 참전, 일본군에서 압수한 문서 번역일을 맡았다. 이후 컬럼비아대에서 일본 문화를 연구했다. 그는 지난 2012년 미국 국적을 버리고 마음의 고향이던 일본으로 귀화했고 다양한 문화학술 활동을 통해 미국과 일본의 관계증진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의 많은 저작 중 ‘메이지(明治) 천황’ 등이 국내에도 번역됐다.

송동근 기자 sd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