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구조개혁 없이 미래 없다>밧貨 위기때 泰정부 만류에도 철수…동남아 재진출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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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3년 태국 방콕에 지점을 개설했던 외환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때문에 2000년 태국에서 철수했다. 역시 태국에 진출해 있던 산업은행은 외환은행보다 앞서 1998년에 태국 금융기관들이 대규모 손실을 내고, 밧화가 폭락하자 현지 사업을 정리했다.

당시 태국 정부는 두 은행에 간곡하게 잔류를 요청했다. 하지만 철수 결정은 철회되지 않았다. 이후 태국 금융당국은 향후 15년 동안 한국 금융회사의 진출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끈질긴 요청으로 2013년 태국 중앙은행이 외국계 은행에 설립인가를 내줘 산은이 한국 은행으로서는 유일하게 같은 해 10월 태국에 사무소를 열고 중개 영업에 나섰다.

하지만 10여 년 전 국내 은행들이 앞다퉈 태국에서 철수한 경험은 지금껏 동남아 현지에서 상당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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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얀마 정부는 외국계 은행에 금융시장 문호를 개방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은행들은 금융업 허가심사에서 모두 탈락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은행들도 포함됐지만 한국은 제외된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동남아 전반에 한국 은행들에 대한 ‘괘씸죄’가 남아있다고 분석한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철수했다 재진출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시선은 절대 우호적이지 않다”면서 “태국, 미얀마 등 동남아 전체에서 국내 은행 진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은 아시아권에서조차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 사업 경쟁력도 처참한 수준이다. 은행·보험·카드 업계의 해외사업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새누리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내 은행 전체의 지난해 해외 영업이익은 6억3000만 달러(6900억 원가량)로, 3년 전(7억2000만 달러)에 비해 9000만 달러나 감소했다.

보험·카드 업계의 해외사업 사정은 은행보다 더 좋지 않다. 국내 전체 손해보험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3523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해외자산 규모는 26억8500만 달러로 1년 전(28억4000만 달러)보다 더 줄었다.

국내 전체 카드사의 해외 점포 수는 4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신한카드의 카자흐스탄 현지법인(영업 미개시)을 제외하면 사실상 3개에 불과하다. 지난해만 해도 190만 달러 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금융지수에서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회 정무위 김종훈(새누리당) 의원실의 201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금융시장 성숙도에서 한국은 2007년 27위에서 지난해 80위로 대폭 후퇴했다. 기업의 효율성 중 금융과 은행규제 부문에서도 2010년 37위에서 지난해 55위로 하락했다.

박정경·이관범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