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누드 ‘클로즈업’ vs 세남자와 ‘정사’… ‘살색’ 영화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가학의 性과 관능 사이… 全裸 ‘과감한 클로즈업’

‘순수의 시대’
건조한, 악녀같은, 애절한… 세 남자와의 ‘3色 정사신’

야한 영화 두 편이 장안의 화제다. 1억 부 이상 팔린 E L 제임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할리우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조선 초기 ‘왕자의 난’을 배경으로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펼쳐낸 사극 ‘순수의 시대’다.

개봉 전부터 이 두 편의 영화 시사회에는 남성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야하길래. 결론부터 말하면 그리 야하지 않다. 아니 보는 관점에 따라 야할 수도, 별로일 수도 있다. 두 영화 모두 여섯 번의 본격적인 정사 장면이 담겨 있고, 그 장면들 모두 남녀 배우가 과감한 노출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야하다’의 사전적 의미인 ‘천하게 아리땁다’와는 거리가 있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OST를 깔고, 섬세한 앵글로 남녀의 ‘밀당’을 표현(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하며 복수를 위한 독기와 순수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인의 처절한 몸짓(순수의 시대)을 담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6일 개봉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감독 샘 테일러 존슨)는 거대 기업을 운영하는 잘 생긴 청년 실업가 그레이(제이미 도넌)와 대학 학보에 쓸 기사를 위해 그를 인터뷰한 영문과 여대생 아나스타샤(다코타 존슨)의 사랑을 그렸다.

부자인 남성과 평범한 여성의 사랑. 대충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몇 편 떠오르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독특한 설정이 들어 있다. 어릴 적부터 사도마조히즘(Sado-masochism·가학피학적성애)에 빠져든 그레이는 “난 사랑 따윈 하지 않고, 섹스만 한다”고 말하며 아나스타샤를 자신의 방식대로 이끌지만 그를 만나 사랑과 관능에 눈을 뜬 아나스타샤는 그레이의 취향을 바꾸려 한다.

‘엄마들의 포르노’로 불리는 원작을 풀어낸 만큼 노출과 성애장면 수위는 높은 편이다. 카메라는 솜털까지 보일 것 같은 클로즈업 앵글로 남녀의 몸을 훑으며 체모까지 노출한 배우들은 채찍, 수갑, 성기 조임쇠, 엉덩이 플러그 등 SM 도구 사용에 대한 계약을 하는 등 노골적인 대사를 쏟아낸다. 그레이와의 계약을 어긴 아나스타샤가 벌로 팬티를 내리고, 엉덩이를 맞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원작을 본 관객들은 영화의 표현 수위가 아쉬울 수도 있다.

이 영화에는 그레이의 어린 시절 아픔이 살짝 소개되지만 그가 어쩌다 왜곡된 성 의식을 갖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3부로 나뉜 원작의 1부를 담은 이 영화의 속편이 내년 연말쯤 나온다. 2편을 봐야 궁금증이 해소될 듯 하다.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는 조선 건국 7년째인 1398년 세자 책봉에서 제외된 태조 이성계의 다섯 번째 아들 이방원(태종)이 사병을 동원해 정도전과 남은 등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배다른 동생인 세자 방석과 그의 형 방번을 살해한 ‘제1차 왕자의 난’을 배경에 깔았다. 하지만 나머지 내용은 모두 허구로 꾸며졌다.

오는 5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어린 시절 양반 자제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어머니까지 억울하게 잃은 기녀 가희(강한나)의 복수를 담았다. 조선의 국경선을 지킨 공로로 군 총사령관이 된 정도전의 사위 김민재(신하균)는 연회에서 어릴 때 여읜 여진족 어머니와 닮은 가희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는 다른 장수에게 능욕당할 위기에 처한 가희를 구한 뒤 그녀를 집으로 들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한다. 가희는 자신을 겁탈한 김민재의 아들이며 태조의 사위인 김진(강하늘)에게 복수하기 위해 김민재에게 접근했지만 자신과 동맹을 맺은 이방원(장혁)이 오랜 벗인 김민재를 제거하려 하자 갈등한다.

영화에는 세 남자와 가희의 정사 장면이 번갈아 나온다. 하지만 각각의 장면에는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동맹을 유지하기 위한 이방원과의 정사는 건조한 느낌을 전하며 복수를 위해 김진을 유혹할 때는 요염한 악녀의 모습이 보인다.

또 김민재와의 정사는 격정적이면서도 슬프다. 가희가 김민재와 절정의 순간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는 애절한 감동이 전해진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