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류 감지 못하고 日에 밀려… 윤병세號 대미외교 ‘실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셔먼의 한·중·일 인식에 경악”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소속의 한 회원이 3일 오전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과거사 관련 발언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플래카드에는 ‘일본 전쟁범죄 감싸며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하려는 미국 규탄’이라고 적혀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한·미 불협화음 날 때마다 “빛 샐 틈도 없다” 공언만
“朴 겨냥 해석한 게 놀랍다” 美국무부 해명도 논란 소지

한·미 동맹이 최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과거사 갈등은 한·중·일 3국의 공동책임’ 발언을 계기로 크게 흔들리면서 정부의 대미(對美)외교 전략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윤병세 장관을 수장으로 한 외교부가 한·일 과거사 갈등을 둘러싼 미국 외교가의 미묘한 기류 변화 감지에 ‘실패’했으며, 대응 과정도 안이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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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호’가 ‘디테일 외교’만 부르짖다가 큰 틀을 읽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동맹 파열음이 날 때마다 “빛 샐 틈이 없다”고 공언하면서 사태를 무마했지만 실제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던 셈이다.

특히 외교부의 초기 대응은 낙제점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평가다. 셔먼 차관이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으며, 이 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면서 국가 정상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내뱉은 것은 2월 27일이다. 당시 외교부의 셔먼 차관 발언에 대한 1차 반응은 논란 여지를 차단하기 위한 의미 축소였다. “과거를 거울로 삼아 과거사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자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한·일 과거사 논란에 대한 기본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2일 오전에도 같은 입장이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뒤늦게 “엄중 대응”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2일 국회에서 “셔먼 차관의 발언을 가볍지 않게 보고 있다. 엄중함을 갖고 이 문제를 다루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로 외교부는 미 국무부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으며, 1차적으로 미국의 기본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일 미 국무부 정례 브리핑과 언론 논평을 통해서도 재확인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미 동맹은 무력했다. 미국이 한·일 과거사 논란의 역사성과 사안의 민감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도 그대로 노정됐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2일 브리핑에서 셔먼 차관의 발언을 해명하면서 “솔직히 일부가 이번 연설을 특정 지도자를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 약간 놀랍다”고 밝힌 것은 미국 외교가의 주류 시각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미 국무부 서열 3위 인사인 셔먼 차관부터 부대변인까지 다소 몰역사적으로까지 보이는 인식을 보이고 있는데도, 외교부가 이 같은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1차적으로 미국 측 입장을 확인했는데, 기본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이야기한 만큼 구체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확인하고 공식화하는 방향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