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브 매장’ 가보니… 냉장고·에어컨 ‘반값에 팝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경기 파주시 올랜드 아울렛 매장인 ‘리퍼브’를 방문한 소비자들이 시중가보다 최대 40∼50%까지 싸게 살 수 있는 가전·가구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미세한 흠집·단순 변심으로 반품 제품
새제품과 차이 없어…불황속 고속성장

수시 ‘1000원 이벤트’ 등 고객들 유혹
AS 기간 등 꼼꼼히 확인한뒤 구매해야

지난 1일 경기 파주시 올랜드 아울렛 ‘리퍼브’ 매장. 사실상 새 제품이지만 반값에 살 수 있는 가구 등 제품이 즐비했다.

리퍼브는 ‘새로 꾸미다’란 뜻의 ‘리퍼비시(refurbish)’에서 온 말로 구매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되거나 미세한 흠집이 있는 물건, 전시장에 진열됐던 제품을 손본 뒤 싸게 파는 매장을 말한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주부 박민영(34·서울 송파구) 씨는 “고객 반품 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전시됐던 상품을 싸게 판다고 해서 왔는데, 기대보다 훨씬 좋은 가구·가전제품이 반값이라 구입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사후관리서비스(AS)도 받을 수 있어 제품 구매를 망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수 경기 침체로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시중가보다 최대 40∼50%까지 살 수 있는 ‘리퍼브’ 시장이 고속 성장하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업체들이 이례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불경기로 유통업체들이 고전하고 있지만 리퍼브 업계는 20% 안팎으로 성장하는 등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퍼브 상품은 반품 후 엄격하게 품질검사를 거쳐 새롭게 포장 판매되는 만큼 기능이나 성능은 새 제품과 별 차이가 없지만, 신제품의 절반 안팎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입소문 등으로 퍼지면서 리퍼브 매장은 알뜰 쇼핑족의 필수 코스로 정착되는 분위기다.

리퍼브 시장 국내 1위 업체인 서동원 올랜드 아울렛 대표는 “지난해의 경우 다른 유통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점이 알려지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올해도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랜드는 파주 외에도 남양주, 평택, 목포, 천안, 창원 등 전국 10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13년 매출은 100억 원대로 매년 20%대의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올랜드 아울렛 매장에는 정상가 250만 원의 D전자 일반냉장고가 47% 할인된 137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또 정상가 189만 원짜리 에어컨은 48% 내린 99만5000원에 진열돼 있었다. 해당 냉장고는 오른쪽 상단부 모서리에 1㎝가량의 흠집이 있었고, 에어컨은 특이사항을 찾지 못했다.

올랜드 관계자는 “에어컨의 경우 정상 제품과 똑같다”며 “흠이 있다면 상자를 봉한 테이프가 한번 뜯긴 것밖에 없고, 소비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알뜰 소비자들이 리퍼브 업체들을 방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수시로 특별 할인 이벤트 등 고객사은행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랜드 파주점의 경우 매달 둘째·넷째 일요일에는 ‘천원의 행복’ 등의 이벤트를 하고 있다. 천원의 행복 이벤트는 냉장고나 텔레비전, 침대 등을 1000원에 내놓고, 고객을 상대로 응모해 당첨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리퍼브 매장은 올랜드 외에도 리마켓, 리퍼브샵, 리사이클시티 등이 있으며 매장을 갖추고 리퍼브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있다. 이런 오프라인 매장과 함께 온라인 리퍼브숍도 있다. 11번가, 옥션, 롯데닷컴, G마켓, 리퍼브 위즈위드 등에 들어가면 다양한 리퍼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매장의 경우 손쉽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이 쓸 물건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자신의 쇼핑 스타일에 따라 구매 방식을 결정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전·가구제품을 살 경우 리퍼브 매장별로 판매 조건이 다르므로 AS 기간이나 제품 정보 등을 사전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파주=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