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CT & Science >갤럭시-안드로이드 ‘적과의 동침’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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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 공개
모바일 하드웨어 시장 진출 본격화

삼성은 갤럭시S6에 삼성페이 탑재
구글월렛과 모바일 결제 대결 선언

저가폰·OS 시장서도 ‘동맹’ 균열

삼성전자와 구글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양사는 지금까지 각기 가지고 있는 하드웨어(삼성전자)와 소프트웨어(구글)의 강점을 결합, 오랫동안 ‘갤럭시-안드로이드’ 혈맹을 맺었으나 최근 서로의 영역을 조금씩 침범하며 신경전을 벌여 왔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MWC를 기점으로 양사 간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이번 MWC에서 아라폰의 50여 개 부품을 공개했다. 아라폰은 지난 2013년부터 구글이 개발 중인 조립식 스마트폰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아라폰이 성공할 경우 구글의 영향력이 하드웨어까지 확장돼 모바일 시장이 ‘구글 천하’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조사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예속돼 있듯, 아라폰의 하드웨어 플랫폼에 예속돼 단순 부품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구글이 아라폰 기본형을 약 50달러(약 5만5000원)에 판매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제조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OS를 제공하며 성장해온 구글이 동맹군들의 뒤통수를 친 셈이다.

삼성전자는 MWC 개막 하루 전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를 선보이며 아라폰에 맞불을 놨다. 특히 갤럭시S6는 중저가 조립식 스마트폰이 따라올 수 없는 혁신적 기능과 유려한 디자인으로 무장해 현지에서 아라폰에 대한 관심을 원천봉쇄한 상황이다.

최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핀테크(IT금융) 분야에서도 양사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6에 모바일 결제 기술 삼성페이를 탑재한 가운데, 구글은 최근 미국 이동통신사들을 통해 판매되는 스마트폰에 자사 구글월렛을 선탑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구글월렛은 온라인 결제는 물론 근거리통신(NFC) 방식의 오프라인 결제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미국에서 출시되는 갤럭시S6에는 삼성페이와 구글월렛의 동시 탑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유사한 서비스가 두 개 있으면 그중 하나만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삼성페이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양사 간 갈등의 조짐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구글이 인도 시장에서 저가 안드로이드OS 안드로이드 원을 탑재한 저가 스마트폰을 내놓자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가 아닌 자체 개발한 OS 타이젠을 탑재한 Z1을 출시하며 맞불을 놓은 바 있다.

이를 통해 양사는 각각 안드로이드와 타이젠 생태계 조성을 놓고도 갈등을 벌이게 됐다. 삼성전자는 삼성기어2 등 착용형(웨어러블) 기기에 일찌감치 타이젠을 탑재하며 생태계 조성에 착수한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인도를 타이젠 생태계 거점으로 삼고 현지 개발자들을 독려, 타이젠 전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구글이 MWC를 기점으로 벼랑 끝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갤럭시-안드로이드 동맹은 이미 금이 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 =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