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명성황후·덕혜옹주… 뮤지컬로 되새기는 ‘역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초연 20주년을 맞이하는 뮤지컬 ‘명성황후’(왼쪽 사진)와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의 삶을 그린 ‘덕혜옹주’의 김준겸(다케유키)과 문혜영(덕혜). 에이콤인터내셔날·극단 그愛생각 제공

역사를 소재로 한 공연은 늘 있다. 그러나 올해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게 다가온다. 광복 70주년과 한·일수교 50돌을 맞이하는 해이기 때문. 지난 2월 하얼빈(哈爾濱)에서 공연된 ‘영웅’을 필두로 , 초연 20주년을 맞이한 ‘명성황후’,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의 삶을 그린 ‘덕혜옹주’, 조정래의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리랑’ 등 ‘선 굵은’ 뮤지컬들이 속속 막을 올린다. 연극에서는 ‘토막’과 ‘이영녀’, 그리고 한·일공동제작 ‘태풍기담’ 등이 눈에 띈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의 어두웠던 사회상을 조망한다.

◇뮤지컬로 되새기는 ‘그 뜻’ =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뮤지컬 ‘영웅’은 지난 2월 의거 현장이 있는 하얼빈에서 첫 중국 공연을 성사시켰다. 광복 70주년 공연을 역사적인 장소에서 시작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한 것. 오는 4월 14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막을 올리는 한국 공연에는 초연 멤버 정성화가 합류한다. “안중근 역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 그의 출연으로, 창작 뮤지컬 신화를 재현할지 주목된다.

아시아 뮤지컬 최초로 뉴욕 브로드웨이 링컨센터 무대에 올랐던 ‘명성황후’는 7월 25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20주년 기념 공연을 한다. 광복 70주년뿐 아니라 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 사건) 120년을 맞이한 해라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초연을 준비 중인 ‘아리랑’은 명성황후, 영웅에 이은 또 하나의 대형 창작뮤지컬 신화를 예고하고 있다. 7월 11일 LG아트센터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조정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가 제작에 나서 화제가 됐다. 고선웅(연출), 박칼린(음악), 박동우(무대미술) 등 공연계 최고의 제작진이 참여,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덕혜옹주’는 덕혜옹주의 삶을 통해 시대의 아픔과 함께 우리 앞에 놓인 가족의 문제를 동시에 들여다본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예술창작산실지원사업 우수작품으로 선정돼 제작지원을 받았다.

덕혜(엄마)와 정혜(딸)를 오가며 1인 2역을 펼치는 여주인공 역에 직접 극본을 쓴 문혜영 배우와 걸 그룹 크레용팝의 초아(본명 허민진)가 캐스팅돼 주목된다. 이밖에, 1952년 거제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로기수’가 오는 12일부터 5월 31일까지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공연된다.

◇어두운 시절의 ‘보통 사람’ 이야기 = 연극은 보다 세밀하게 시대 속으로 파고든다. 실존 인물, 사건보다는 ‘개인’의 문제에 천착한 것. 국립극단이 선보일 ‘이영녀’와 ‘토막’은 각각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의 사회상을 비판적으로 그린다. 김우진의 희곡을 토대로 한 ‘이영녀’는 평범한 여자가 생계를 위해 창녀가 되는 과정을 통해, 개화기 하층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의지가 현실과 어떻게 상충하는지를 밀도 있게 묘사한다. 5월 12일부터 31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

‘토막’은 유치진의 희곡을 무대로 옮겼다. 1920년대 농민들의 애환을 소재로 했으나, 인류 보편적인 시각으로 빈곤과 억압, 착취 등을 다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10월 22일부터 11월 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한·일공동제작 ‘태풍기담’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바탕으로 100년 전 한국과 일본 사이의 불행했던 과거사를 풀어놓는다. 성기웅과 타다 준노스케(多田淳之介), 양국의 젊은 두 연출가가 함께 만든다. 갈등 밖에서 자란 세대가 바라본 한·일 관계를 엿볼 수 있다. 10월 24일부터 11월 8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