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 “남자끼리 연기, 편하고 좋아… 조금 더 잤으면 더 잘했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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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 선배와 호흡 잘 맞아
15㎏ 뺐는데 4㎏ 더 빠져
뇌종양 촬영땐 경련일기도

“남자들의 드라마, 편하고 좋았다.”

SBS 드라마 ‘펀치’를 마친 배우 김래원의 얼굴에서는 여유가 느껴졌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자신이 저질러 놓은 모든 것을 바로 잡기 위해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리는 검사 박정환 역을 맡았던 김래원은 마치 박정환이 된 듯 6개월간 ‘펀치’에 모든 것을 맞추고 살았다.

‘펀치’는 소위 말하는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애증의 관계에 놓인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과 그의 ‘오른팔’ 박정환의 복잡미묘한 관계는 어떤 남녀의 그것보다 진하고 애틋했다. 특히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짜장면을 나눠 먹으며 칼날 섞인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은 ‘펀치’의 백미였다. 곁에서 둘의 관계를 질투하는 부장검사 조강재(박혁권), 이태준 총장의 끈끈한 형제애까지 ‘펀치’에는 수컷 냄새가 물씬 풍겼다. “남자 배우들끼리 만들어가는 부분이 많아 더 편하고 좋았다. 조재현 선배님과 호흡이 워낙 좋았고, (박)혁권이 형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박정환은 다양한 결을 가진 캐릭터였다. 검사로서는 천재적이었지만, 남편으로는 낙제였다.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운 아들의 시한부 판정 앞에 무너지는 어머니에게는 듬직한 아들이었고,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아빠였다. 이런 남자가 뇌종양에 지배당해가는 모습을 순차적으로 표현하는 것 또한 김래원의 몫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의 연기는 큼직한 합격 도장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15㎏ 정도 감량했는데 ‘펀치’를 촬영하는 동안 4㎏이 더 빠졌다. 밤샘 촬영이 이어지고 끼니까지 거르니 정말 해골 같이 보이더라. 뇌종양 때문에 아파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온몸에 힘을 줘 실핏줄이 터지고 경련이 일기도 했다. 과하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정작 더 연기하기 힘들었던 장면은 어머니 앞에서는 강한 척하지만 홀로 방에 들어와 ‘나 예린이(딸) 입학식 가고 싶어’라고 오열하는 장면이었다. 딸에 대한 아빠의 애착을 보여주기 위해 조카를 촬영한 영상을 돌려 보기도 했다.”

김래원은 ‘펀치’에 앞서 선보인 영화 ‘강남 1970’에서 성공을 위해 불도저처럼 진군하는 정치깡패를 연기했다. 두 작품을 통해 대중과 평단이 보인 반응은 “김래원이 돌아왔다”였다. 20대 초반부터 주연을 맡고 숱한 히트작을 남긴 김래원은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30대 초반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연기력 만큼은 ‘동급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래원의 심지는 역시 단단하고 깊었다. 특히 ‘펀치’는 단연 그의 30대를 빛내 줄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돌아왔다’기 보다는 난 원래 하던 대로 했다. 고맙게도 좋은 작품을 만났다. 혼자 잘한 게 아니라 박자가 잘 맞은 거다. ‘펀치’가 나의 30대의 대표작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아쉬움도 크다. 여러 장면을 보며 ‘1, 2시간만 더 잤어도 더 잘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나의 이런 집요한 집념은 박정환과 닮은 것 같다. 어쩌면 ‘펀치’에 출연하는 동안 내가 박정환을 닮아간 건 아니었을까?”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