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셔먼 발언’ 긴급진화… 정책은 안밝혀

“특정 개인·국가 겨냥 아냐” 논란 이어지자 별도 논평
“무라야마·고노 담화 등은 주변국 관계개선에 획 그어”

미국 국무부가 웬디 셔먼 정무차관의 과거사 갈등 한·중·일 공동책임론 발언과 관련해 미국의 기존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긴급진화에 나섰다.

2일 국무부의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셔먼 차관의 발언은 미국 정책의 변화를 대표하지도, 반영하지도 않는다”면서 “어떤 개인이나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하프 부대변인은 과거사 갈등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 여전히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미 국무부는 논란이 이어지자 대변인실 명의로 외신기자클럽에 언론 논평을 전달했다. 국무부는 “우리는 과거사 문제에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수차례 언급했듯이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사과는 일본이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서 ‘하나의 중요한 획(an important chapter)’을 그었다”고 밝혔다.

국무부의 이 같은 논평은 지난 2013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과거사 갈등이 증폭되자 일본의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무부는 논평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성을 목적으로 한 일본군의 여성 인신매매 행위는 ‘끔찍하고 극악한 인권위반(a terrible, egregious violation of human rights)’”이라고 비판했다. 국무부가 정례브리핑에서 언급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별도의 논평을 낸 것은 셔먼 차관의 발언이 동북아 과거사 갈등과 관련해 미국이 일본을 두둔하는 것처럼 비쳐지면서 한·미 외교관계에 예기치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