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소지’ 불구 입법권력 남용… 野 밀어붙이자 與 ‘OK’

정무위 심의과정서 변질
‘형벌명확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헌법가치 침해

법사위 검토보고서에도
“양심의 자유 제한 우려”

정치권서도 “결함 많지만
수정 못한 대표적 케이스”
결국 부담은 국민 몫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토보고서와 공청회를 통해 그동안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에 대해 절대다수의 전문가들이 과잉입법의 문제점과 위헌 소지를 제기해 왔지만 여야 정치권은 마이동풍 식으로 문제의 김영란법을 밀어붙였다. ‘처리는 선, 지연은 악’이라는 구도 속에서 야당이 밀어붙이고 여당이 일부 수정을 조건으로 받아들여 공청회 등 모든 과정을 요식행위로 여기면서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헌법의 핵심 가치인 ‘양심의 자유’ ‘형벌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이 침해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오불관언 식의 태도다. 정치권 내에서는 “법안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수정하지 못하고 가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는 자성의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문제가 있어도 고칠 수 없는 ‘제2의 국회선진화법’이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결함투성이인 김영란법이 앞으로 문제를 일으킬 경우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우선 정부 안과 달리 정무위 심의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언론과 사립학교 임직원에게까지 확대된 것을 두고는 ‘과잉입법’ 논란이 제기된다. 법사위는 “사립학교 교직원은 국립학교 교직원과 그 신분은 다르나 실질적으로 같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교육공무원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게 타당할 것으로 보이나, 언론인의 경우 언론의 공적 기능과 언론의 자율성, 지배구조 등을 감안해 임직원을 공직자 등으로 볼 것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 적용 대상에 전 언론을 포함한 것에 대해 헌법상 ‘언론의 자유’ 침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배우자로 한정하기는 했지만 공직자가 가족의 금품수수에 대해 신고할 의무가 있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안은 가족이 직무 관련성이 있는 금품을 받은 경우 공직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공직자는 징역 3년 이하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법사위는 검토보고서에서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고 기대 가능성이 희박한 의무를 부과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일종의 ‘불고지죄’의 재탄생이라는 말이 나온다. 형법의 경우도 범인은닉죄에서 친족을 제외하고 있다.

부정청탁과 관련해서는 헌법상 형벌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의 유형을 인허가 비리, 인사개입, 각종 행정행위 조작 등 15개로 구체화하고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하기 위해 7개의 예외사유를 정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이 자신의 행동이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일일이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당한 민원과 부정청탁을 구분하는 데 있어 ‘자의적인 법 해석 및 적용’의 가능성이 있고, 국민의 정당한 청원이나 민원이 위축될 우려도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보완책이 제시되지 않았다. 공직자가 1회 100만 원, 1년 300만 원을 초과한 금품을 받았을 때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계속 받았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