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시장에 20~30대 몰린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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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여성 의류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지은(여·28) 씨는 최근 동대문구 제기동의 경동시장을 찾는 일이 부쩍 늘었다.

보약을 달여주겠다는 어머니를 따라 전문 약재상이나 어르신들로 붐비는 한약재 전문시장을 우연히 찾은 이 씨는 천연약재를 이용해 샴푸나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 시장 단골이 됐다. 이 씨는 호기심에 인터넷을 뒤져 한약재를 넣어 샴푸를 제조하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계속 같은 방법으로 샴푸를 만들어 쓰고 있다. 특히 업무 스트레스로 원형탈모 증상을 보였던 이 씨는 경동시장 단골이 되고부터 모발 상태가 크게 완화됐다. 천연샴푸를 만드는 데는 1∼2시간 정도 드는데, 보통 6개월 이상 쓰기 때문에 1년에 두 번만 정성을 들이면 된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이 씨는 “바쁠 때는 택배로 약재를 받아서라도 샴푸는 꼭 만들어 쓰고 있다”면서 “지금은 가족 모두가 한약재를 넣어 만든 샴푸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처럼 보였던 경동시장의 단골손님이 됐다는 게 신기하다”면서 “또래 친구들도 비슷한 이유로 경동시장을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 씨처럼 한약재를 활용해 이른바 ‘웰빙샴푸’나 ‘웰빙 화장품’을 만들어 쓰는 20∼30대가 늘면서 최근 경동시장을 찾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분위기를 반영하듯 실제 경동시장에는 천연 발모제 및 천연 샴푸의 재료로 쓰이는 어성초, 자소엽, 녹차 등을 홍보·판매하는 한약재 판매상들이 크게 늘었다.

한 약재상 직원 이모(42) 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 10명 중 2명가량은 20∼30대 여성”이라면서 “경동시장에 때아닌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약재를 단순히 달여먹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면서 “젊은이들은 주로 약재를 뿌리고 바르는 데 더 많이 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약사 박모(47) 씨도 “최근 경동시장에 젊은 고객들이 늘면서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면서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주문 물량이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