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성폭행범 “밤에 외출한게 더 큰 잘못”

인도의 열악한 여성인권 실태와 인도 남성들의 경악스러운 남녀차별 의식을 낱낱이 고발한 TV용 다큐멘터리 영화가 영국과 인도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영화는 영국 여성감독 레슬리 우드윈이 만든 ‘인도의 딸’. 3일 BBC는 감독이 전 세계를 경악시킨 인도 버스 여대생 집단 성폭행 및 살해사건의 범인 중 한 명을 옥중인터뷰해 “밤에 외출한 여자(피해자)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조용히 성폭행을 허락했다면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란 충격적인 발언을 이끌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도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 12월 뉴델리에서 영화를 보고 남자친구와 귀가하던 여대생을 버스 안에서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무케시 싱은 인터뷰에서 “품위있는 여성은 밤 9시에 밖에 나가지 않는다”며 “여성들이 밤에 외출했다 치한의 공격을 받는다면 비난할 사람은 자신들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성폭행당할 때는 저항하지 말고 허락해야 한다”며 “그때 그랬다면 피해자를 내려주고 남자친구만 폭행했을 것”이라고 뻔뻔하게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한 인도 남성 변호사는 우드윈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내 딸이나 여동생이 결혼 전에 명예를 실추시키면 온 가족이 보는 앞에서 온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