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미 기자의 컬처 톡>무대 위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영화 ‘버드맨’. 한때 톱스타였던 ‘퇴물’ 배우가 재기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인데요, 극 중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분)은 자신의 건재함을 알릴 장소로 할리우드가 아닌 브로드웨이를 선택합니다. 직접 제작·각본·주연을 맡은 연극을 공연하기 위해서입니다.

‘있을 법한’ 이야기. 한물간 건 아니지만, 실제로 할리우드 배우들은 브로드웨이에서 평가받기 위해 종종 연극과 뮤지컬에 도전합니다. ‘스타’를 내려놓고 예술가로 거듭나는 장소.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고 합니다. 라이브 콘서트를 통해 비로소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가수들처럼 말이죠.

2000년대 후반에는 유행처럼 할리우드 스타들의 ‘브로드웨이 행’이 이어졌습니다. 캐서린 제타존스는 2009년 ‘리틀 나이트 뮤직’이라는 뮤지컬에서 여주인공 데저레 역으로 분하고,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흥행에도 성공해 극장가와 제작자, 관객 모두를 들썩거리게 했지요. 같은 해 휴 잭맨과 대니얼 크레이그는 한국에서도 공연된 바 있는 2인극 ‘스테디 레인’으로 브로드웨이 연극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2009년 비(非) 뮤지컬 판매수익 1위를 차지했으니, 두 배우에게 공로상이라도 줘야 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2010년에는 스칼릿 조핸슨이 연극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 토니상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올랜도 블룸과 제이크 질렌할은 각각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2014) ‘콘스텔레이션’(2015)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브로드웨이가 꽃미남 스타들의 ‘통과의례’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또 흥미롭게도 영화 ‘버드맨’의 에마 스톤(샘 역)은 뮤지컬 ‘카바레’의 여주인공 샐리 바울스로 현재 출연 중입니다. 또 다른 할리우드 스타 시에나 밀러가 거쳐간 역이지요. 오는 9월엔 클라이브 오언도 무대에 오른다고 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공효진, 강혜정, 주진모 등 스타들이 대거 연극·뮤지컬에 데뷔한 것이지요. 아쉽게도 호평 일색은 아니었지만, 분명한 건 이들의 ‘무대 경험’이 다방면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입니다. 배우는 실력과 함께 진지한 이미지를 쌓고, 침체된 공연계는 새로운 흥행요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무대에서 TV로 넘어온 한 젊은 스타가 이를 몸소 증명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미생’에서 호연한 강하늘은 기세를 몰아 ‘해롤드 & 모드’에 출연했는데요, 연극으로는 매우 드물게 누적관객 2만 명 돌파라는 흥행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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