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法 없어 좀도둑 늘어? 기우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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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형법으로도 처벌 가능
기자 출신 늦깎이 법조입문

“상습절도는 ‘장발장법’이 없어도 형법으로 가중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혜진(43·사진) 변호사는 소시지와 과자 등을 상습적으로 훔쳐 구속 위기에 처한 20대 남성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상습절도에 대해 가중처벌을 규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5조의 4 관련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해 8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해 지난 2월 26일 헌재가 이 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절도 전과가 있는 피고인에게는 빵 하나만 훔쳐도 중형을 선고할 수 있는 이른바 ‘장발장법’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정 변호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의 1년 차 새내기 변호사다.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이 사소한 절도로 중형을 받은 것에 빗대 ‘장발장법’으로 불려온 해당 조항은 절도 전과가 많으면 작은 것 하나만 훔쳐도 중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새내기 변호사가 기존 법 조항의 문제를 예리하게 집어내 ‘일을 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장발장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절도가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오해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정 변호사는 “장발장법 위헌 결정 기사 밑에 수많은 악플이 달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상습절도는 현재의 형법만으로도 가중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발장법 위헌 결정으로 소액 생계형 절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형법 329조에 따르면 절도를 하면 6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형법 332조에 따라 상습절도를 하면 2분의 1을 가중해 9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검찰은 상습절도범에 대해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하도록 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5조의 4 관련 조항을 적용해 처벌해 왔다.

과한 처벌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정 변호사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내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새내기 법조인으로 용감한 선택을 한 정 변호사는 대구에서 15년간 활동한 신문기자 출신이다.

정 변호사는 37세에 로스쿨에 진학한 만학도다. 정 변호사는 “사회생활을 하다가 다시 공부하겠다고 결심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공부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했다”면서 로스쿨 시절을 회상했다.

정 변호사는 현재는 판사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 변호사는 “문제 제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다른 사건들에도 관심을 갖고 피고인의 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법조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