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동학대 막을 CCTV 무산… 議員들 제정신인가

지난 1월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자행된 아동학대의 동영상이 전국민에게 주었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뒤 수많은 유사한 사례들이 속속 드러났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한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입법을 국회의원(議員)들이 무산시킨 것은 민의(民意)를 배신·배반한 행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CCTV를 비롯, 여러 중요한 내용들이 담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만장일치로 처리됐으나 막상 3일 본회의에서는 부결됐다. 재석 171명 중 찬성이 83명으로 과반에 3표 미달한 것이다. 제17·18대 국회 때에도 발의됐으나 상임위 차원의 논의에만 그쳤던 배경과 마찬가지로 의원 다수가 아동 안전은 뒷전인 채 어린이집 운영자와 보육교사들의 눈치만 본 결과다.

반대·기권한 의원은 물론 표결에 불참한 의원들에게도 과연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CCTV 설치를 학부모 전원이 반대하는 경우엔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영상 열람은 학대 행위를 의심하는 학부모와 수사기관으로 제한했는데도, 이들은 “보육교사 인권 침해” 운운했기 때문이다. 궤변일 뿐이다. 아동과 부모의 인권은 뒷전이란 말인가. 그런 식이면 전국의 교통·방범용 CCTV도 모두 폐기해야 할 것이다. 어느 의원 비서관이 “지역구 의원과 민간 어린이집은 결탁돼 있다. 선거 때 안 도와준다고 하면 배겨낼 수 없다”고 고백한 것이 이들의 본심을 드러내준다. 오죽하면 한 학부모는 “제대로 된 건 CCTV 의무화였는데 무산시켰다니 어이가 없다. 이민 가고 싶다”고까지 절망하겠는가.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어린이집 운영 20년 간 제한, 보육교사의 인성교육 강화 규정 등과 함께 어린이집 CCTV 의무화는 4월 국회에서라도 반드시 입법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학부모들이 영상을 지켜볼 수도 있는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조항을 개정안에선 삭제했으나 이것도 되살려야 실효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