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구조개혁 없이 미래 없다>금융업계, ‘꼼수영업’으로 이자수익만 35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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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비이자 수익이 절반
기준금리 사상 최저 수준인데
오히려 대출금리는 계속 올려

“정부 규제 많아 수동적 행태
감독 방식 바꿔 자율성 줘야”

국내 금융사들이 담보 위주의 낡은 영업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에도 여전히 ‘보신주의’ 영업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이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만큼 금융사들이 서둘러 체질 개선에 나서야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금융보신주의를 타파하는 제도적 혁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문화일보가 2003년부터 공표된 금융감독원의 시중은행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예대마진 장사 비중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총이익 중 이자이익 비중은 지난해 90.6%로 2003년 공식 집계 이래 사상 처음으로 90%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예대마진 장사 비중이 가파르게 늘어났다는 뜻으로, 2007년만 해도 수수료 및 투자수익을 통해 벌어들이는 비이자이익 비중은 28%까지 늘어났으나 지난 몇 년 사이 다시 10% 미만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시중은행의 비이자이익은 3조6000억 원으로 13%가량(5000억 원) 감소한 반면 이자이익은 34조9000억 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비중은 처음으로 90%를 넘어섰다.

예대마진 장사에 골몰하는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2%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되레 대출금리를 올리는 ‘꼼수’ 영업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은행들의 지난달 일시상환식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46∼3.92%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3.39∼3.84%보다 최고 0.08%포인트 오른 것이다.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조정이 쉬운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 인하 폭을 줄이거나 되레 대출금리를 오름세로 돌린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사들도 겉으로는 수익구조를 다변화한다며 투자은행(IB)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주식거래 수수료에 편중된 영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가 지난해 상반기 주식거래중개로 벌어들인 수탁수수료는 총 851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IB수수료 수익은 1308억 원에 그쳐 수탁수수료의 15% 수준에 머물렀다. 이들 10대 증권사의 전체 수수료 대비 IB수수료 수익 비중은 평균 9.3%로 전년동기대비 오히려 0.1%포인트 감소했다.

한편 금융사들은 고금리대출 등 꼼수를 이용한 돈벌이는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태환(새누리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10대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증권사 중 2011년도 대비 금리를 인하한 곳은 3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7곳은 오히려 금리를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증권사들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효과로 연간 625억 원의 이자를 더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금융권의 보신주의 영업 행태로 금융사들이 질타를 받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금융사의 보신주의를 지탱했던 구조는 정부의 ‘규제’에 있다고 분석한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핵심은 규제를 어떻게 정비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감독 방식을 바꿔 금융기관에 자율성을 주는 규제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경·장병철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