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일파만파 … ‘세월호 내수침체’ 재연 우려

백화점 “선물세트 매출 감소”
고급식당 “점심도 3만원 넘어
영업 하지 말란 말인가” 울분

지난 3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유통업계와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민간소비가 극도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적용 대상을 공직자뿐만 아니라 민간 언론사 기자와 사립학교 교원 등 민간부문으로까지 대폭 확대한 김영란법이 통과하면서 이대로 시행될 경우 내수시장이 더욱 꽁꽁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선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발생했던 내수침체에 버금가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에 대해 직무와 관련 없이 1회 100만 원 또는 1년에 300만 원을 넘는 금품의 수수·요구·제공 약속을 금지하고 있다. 현행 공직자행동강령은 관례상 허용되는 선물의 범위를 3만 원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김영란법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합법적인 선물의 범위를 현행 기준대로 삼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명절에 단체 선물과 상품권 매출비중이 높은 백화점·마트 등 유통업계와 고급 음식점과 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통상 백화점 명절 선물세트 매출의 3분의 1 정도가 법인 고객”이라며 “명절 선물세트의 경우 3만 원 이하로는 상품 구성이 불가능한데 이대로 김영란법이 시행된다면 백화점뿐만 아니라 선물세트 제조업체 매출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체 인사들이 업무상 접대를 위해 찾는 고급 식당과 술집들도 이번 법 시행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정부 청사 인근에 몰려 있는 고급 음식점들도 “누구를 위한 김영란법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언론사들이 몰려 있는 서울 광화문의 한 일식당 대표는 “점심 정식만 해도 가격이 3만 원을 넘는데 앞으로 우리 식당은 문을 닫으라는 것이냐”며 “우리뿐 아니라 인근의 다른 음식점들, 그리고 식자재를 공급하는 자영업자들까지 다 죽으라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얼어붙은 소비심리 때문에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며 “‘김영란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세월호 참사 이후의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