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전 全敗… 그래도 포기안한 ‘똥말’에게 배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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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못해도 늘 최선… 감동
1등만 쫓는 현대인에 귀감”

“한 번도 이기지 못했지만,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차밍걸’의 정성과 노력을 배웠으면 합니다.”

한국 경마 경주사상 최다 출전기록과 최다 패배기록을 동시에 보유한 경주마 ‘차밍걸’(사진)이 동화책의 주인공이 됐다. ‘차밍걸’은 한국마사회가 주최하는 경기에 지난 2008년 1월 처음 출전한 뒤 지난해 9월 은퇴할 때까지 6년여 동안 101경기에 나왔다. 그러나 101전 전패 기록으로 ‘똥말’, ‘꼴찌마’로 불린다. 이런 오명 속에서 꾸준한 성실성 하나만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였다. 보통 경주마는 한번 출전하면 평균 30~40일을 쉬지만 ‘차밍걸’은 2주 만에 경기에 나왔다. 병 한 번 앓지 않고, 부상이 없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마주와 조교사, 기수는 물론 경마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뒷심이 부족해 결승선 앞에서는 결국 뒤졌지만 결승 주로에서 최선을 다해 한번은 치고 나가는 ‘분투’ 노력이 팬들을 감동시켰다. 한 번도 경주를 중도 포기한 적도 없었다. 한국아동문예상, 방정환 문학상을 수상한 서석영 동화작가는 ‘차밍걸’의 이런 얘기가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경마장 현장취재를 마치고 최근 ‘위대한 똥말’(허구 그림, 바우솔 출판사)을 펴냈다.

공부도, 운동도 못하는 현수와 실직한 아빠가 ‘차밍걸’의 경기 모습을 보고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는 줄거리다.

서 작가는 “우승을 못해도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책을 쓰게 됐다”며 “1등만을 원하는 사회에 지친 모두에게 위로를 전하고, 반복되는 일상의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깨닫게 됐으면 한다”고 출간 동기를 밝혔다. 경주마는 은퇴하면 퇴물취급을 받지만 ‘차밍걸’은 장애물을 뛰어넘는 경기용 승용마로 다시 새 출발했다. 최근 국산마 승마대회 장애물 경기에 데뷔전을 치러 비월기술, 자율성, 속도, 복종성 등의 면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마주 류태정(49) 씨는 “개인적으로는 승마사업을 시작했을 때 실패를 여러 번 맛봤는데 ‘차밍걸’을 보면서 희망을 얻었다”며 “승용마로 멋지게 변신해 이 분야 우승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