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유학시대>‘고졸 취업 신화’의 産室 … 전국서 ‘미래기술 유학생’ 러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남항공고 학생들이 지난 4일 경남 고성군 고성읍 교내 항공기관실에서 항공기 엔진 구조에 대한 수업을 받고 있다.

- 경남항공고
재학생 4명중 1명 유학생… 삼성테크윈·KAI 등 입사

- 경북항공고
1인당 평균 3가지 자격증… 육군 항공·공군 부사관 임용

- 울산마이스터고
기업체 원하는 맞춤형 교육… 2013·2014년 100% 취업

- 울산에너지고
학비 부담 적고 기숙사 생활… 10명중 8명 공기업·대기업行

신성장 기술을 가르치는 영남지방의 기술 고등학교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한때는 농고, 공고 등으로 불리며 신입생 유치는 물론 학교 존폐위기까지 몰렸지만, 지역 첨단산업과 연계해 미래기술을 가르치는 학교로 화려하게 변신하면서 전국에서 유학생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일찌감치 인생의 진로를 선택한 재학생들은 유수의 기업에 곧바로 취업해 ‘고졸신화’를 써나가고 있는 졸업생들을 보며 더 큰 꿈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경남 고성군 고성읍에 위치한 전국 유일의 공립 항공계열 특성화고인 경남항공고등학교 3학년 실습실은 활기로 넘쳐났다. 서울에서 항공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 학교로 ‘유학’을 온 3학년 맹윤주(18) 양은 “중학교 2학년 때 항공에 관심을 두고 학교를 찾아보다 부모님과 상의한 끝에 기숙사를 갖춘 공립학교인 경남항공고를 선택했다”며 “인문계고로 진학한 친구들보다 빨리 실력을 쌓았고 졸업과 동시에 항공이나 발전회사에 취업할 수 있어 자격증 취득 등 취업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김선우(18) 군은 “집이 있는 대구에 공군비행장이 있어 전투기를 보며 자라 자연스럽게 비행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여기 와 공부하다 보니 우리나라 항공기술이 세계적으로 뒤지지 않고 성장 가능성도 커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맹 양과 김 군처럼 경남항공고 재학생 434명 중 항공기술을 배우기 위해 수도권과 대구, 제주 등 경남 이외 지역에서 유학을 온 학생이 25%(107명)에 달한다. 이 학교는 1935년 경남공립농업학교로 개교했으나 주력 산업이 중공업으로 바뀌면서 1990년대 들어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 존폐를 걱정하던 교직원들은 자구책을 모색한 끝에 1997년 현재의 교명으로 변경, 힘을 모아 지금의 항공 명문고로 키워냈다. 올해 신입생들도 1.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했다. 이 학교의 취업률은 2011년 34.5%였으나 지난해에는 69.8%로 배 이상 증가했다. 취업 회사도 인근 사천에 있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조 회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부터 한국전력, 동서발전, 삼성테크윈 등은 물론 지역 중견기업, 해외 인턴십까지 다양하다. 김병기 교장은 “졸업과 동시에 지역의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고 대학에도 진학할 수 있는 게 우리 학교의 장점”이라며 “경남지역에 집중 육성되고 있는 항공산업 발전에 따라 전문 인력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지원율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주에 위치한 특성화고인 경북항공고는 올해 신입생 115명 중 경북 이외 출신이 무려 68%(78명)에 달한다. 수도권 출신 학생도 2013학년도 신입생의 경우 121명 중 24.7%(30명), 2014학년도에는 116명 중 31.1%(36명), 올해는 115명 중 35.6%(41명)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취업률도 높아 2014년 졸업생 115명 중 61.7%가 항공 분야에 취업했다. 육군 항공 분야에 33명, 공군 부사관으로 16명이 임용됐고 KAI 5명, 삼성탈레스 4명, 삼성전자 3명 등이 취업했다. 또 35명은 대학에 진학했다. 이들의 항공 관련 자격증 취득률은 317%로 평균 1명이 3가지의 자격증을 땄다.

자동차 생산도시인 울산에서 기계·자동화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울산마이스터고 역시 전국의 중학생들로부터 인기다. 외지 학생 비율을 30%로 제한하고 있지만, 100% 가까운 취업률 덕분에 해마다 영남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많은 학생이 노크하고 있다. 이 학교는 정보통신고에서 2010년 마이스터고로 지정돼 교명을 변경한 후 첫 졸업생이 배출된 2013년과 이듬해인 2014년에는 120여 명 모두 취업을 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도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 118명 중 108명(91.5%)이 공기업과 대기업, 중견기업 등에 취업했다. 민병길 교감은 “학교에서 기업체가 요구하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하고, 주변에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체에서 실무교육이 가능해 많은 학생이 취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에너지고도 한 학년 120여 명 중 30%(외지 학생 30% 제한)가 외지 학생이다. 에너지고 역시 취업률이 높아 마이스터고 지정 후 첫 졸업생이 나온 올해 전체 113명 중 91명(80.5%)이 공기업과 대기업 등에 취업했다. 이 학교 2학년 윤모(17) 군의 아버지(56·회사원·부산 해운대구)는 아들의 이 학교 진학을 만족해하고 있다. 윤 씨는 “아들이 기숙사에서 별다른 학비 부담도 없이 생활하고 있고, 한국수력원자력, 한전 등 공사 및 대기업의 취업률도 높아 지인들에게 아들 자랑을 하고 있다”며 “아들이 이미 전기 관련 자격증을 땄고, 탁구, 합창단 등의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어 보내기를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성 = 글·사진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