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從之道 조선?… 그때에도 매맞는 남편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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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부부에게 사랑법을 묻다 / 정창권 지음 / 푸른역사

요즘 심심찮게 언론에 매맞는 남편 얘기가 나온다. 그러면 조선시대에는 어땠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삼종지도(三從之道 )’의 가족제도가 지배했던 조선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같은 선입견이 완전히 깨진다. 책에는 이황, 유희춘, 원이 엄마 부부, 조선 후기의 이광사, 박지원, 서유본, 심노숭, 김삼의당, 강정일당, 김정희 부부 등의 일화들이 가상 인터뷰 형태로 재미있고 생생하게 담겨있다.

지적 장애 부인을 얻은 퇴계 이황은 제수용 배를 숨긴 아내를 나무라는 대신 배를 직접 깎아주고, 아내가 흰 두루마기의 찢어진 곳을 붉은 천으로 기웠음에도 “붉은색은 잡귀를 쫓는 것”이라며 입고 외출한다. 저자는 “장가를 두 번 든 퇴계 선생은 잠자리에선 다정다감하라고 했다”며 “그래서 ‘낮퇴계 밤토끼’라는 말도 생겨났다”고 전한다. 서신을 통해 수개월간 홀로 지내면서도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남편 미암 유희춘을 답신으로 거침없이 꾸짖은 ‘여사’(女士) 아내 송덕봉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남편에 대한 절절한 고백으로 널리 알려진 ‘원이 엄마’와 반대로 젊은 아내의 죽음을 슬퍼해 한글 편지를 띄운 안민학의 이야기도 애절하다.

부부싸움 얘기도 나온다. 심지어는 아내가 폭력도 불사했다. 공주 지방의 무인 우상중은 전함에 기생을 태웠다고 해 아내에게 볼기를 맞고, 수염마저 베인다. 덕산현감 이형간은 집에서 쫓겨나 동헌에서 자다 목숨을 잃는다. 군자감 판관 신수린의 아내는 남편이 간통한 여자를 때려죽인다. 급기야 어전회의에서 중종은 “이러다간 조선 남자의 씨가 마르겠다”고 탄식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선은 유교 사회로 대단히 남성 중심적이고 권위적이며, 심지어 폭력적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책에 등장한 남편들은 결코 가부장적이 아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했다. 겉으로만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진심으로 대했다. 대등하니까 싸울 수도 있었다. 남자가 장가를 가서 처가살이를 했던 것도 이 같은 양성 평등과 무관치 않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면 언제부터 이 같은 부부관계에 변화가 생겼을까. 저자는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유교, 불교, 도교 사상이 공존했으며 여권존중의 전통이 남아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임진왜란 등을 겪은 조선 사회에 성리학과 주자사상 중심의 사회 질서가 뿌리내리면서 남성 중심의 가치관이 자리잡았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