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사 테러’ 충격>“격식 싫어해 구청간부들이 경호하기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쾌유를∼” 엄마부대 봉사단, 바른사회 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5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입구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쾌유를 비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초면에도 친밀했는데 당혹
시장양말 사고 한복에 찬사”

美와 협력사업 추진 京畿
악영향 미칠까 ‘노심초사’

“리퍼트 대사가 번잡한 형식을 싫어했기 때문에 우리 구청 간부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호원 역할을 하기도 했었죠.”(김은숙 부산 중구청장)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인연을 맺었던 지방의 여러 지자체와 기관 관계자들이 6일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빠른 쾌유를 손 모아 기원했다. 이들은 “한국 사랑이 각별한 리퍼트 대사에 대한 테러는 있을 수 없는 일로 국익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리퍼트 대사는 지난해 10월 부임한 이후 한국의 문화를 배우기 위해 지방 곳곳을 찾았다.

그는 영화 ‘국제시장’에 감명받아 촬영현장을 꼭 보고 싶다며 1박 2일 일정으로 지난 2월 27일 전통 야시장으로 유명한 부산 중구 ‘부평 깡통시장’과 바로 옆 ‘국제시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당시 그를 안내한 김 청장에 따르면 부평 깡통시장에서는 어묵과 떡볶이를 맛보고 ‘원더풀’, 한국어로 ‘맛있습니다’를 연발했다. 커피 대신 한국차를 먹고 싶다며 생강차를 맛있게 마시기도 했다.

국제시장의 ‘꽃분이네’ 가게와 2층 한복집에 들러서는 한복의 아름다움에 반해 아들이 크면 한복을 사러 가족과 함께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영화 속의 흥남부두 철수작전을 설명하며 한·미 우호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그는 국제시장에서 양말과 기념품을 선물로 사 서울로 올라갔다.

이날 초대를 받아 오찬을 함께 했던 장제국 부산 동서대 총장도 “초면인데 격식 없는 스킨십으로 첫인상부터 신선했다”며 “졸지에 이런 분이 테러를 당했다니 너무 당혹스럽다. 앞으로 경호가 강화되면 이런 친밀한 모습을 보기 힘들 것 같아 너무 아쉽다”고 걱정했다.

앞서 리퍼트 대사는 지난 1월 1박 2일 일정으로 경북 안동을 방문해 하회마을과 병산서원과 봉정사, 고문서와 목판을 보관 중인 한국국학진흥원 등을 둘러봤다. 류왕근(60) 경북 안동시 풍천면 안동 하회마을 보존회 회장은 “취임 후 첫 지방 나들이로 안동을 방문할 당시 ‘부인이 출산하면 함께 다시 찾겠다’고 했던 모습이 눈에 선해 빨리 쾌유해서 만났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리퍼트 대사 부인은 안동 방문 일주일여 뒤 아들을 출산했다. 류 회장은 “한·미관계와 국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테러범을 성토했다.

한편, 경기도는 리퍼트 대사 테러사건으로 이전에 추진하고 있던 미국과의 교류협력 사업에 악영향이 미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6일 “리퍼트 대사가 괴한에게 테러를 당한 사건이 미국 안방에 실시간으로 보도되면서 미국민 입장에서는 자신이 피해를 당한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어 도에서 추진 중인 협력사업에도 타격을 미칠지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미국 유타·버지니아·플로리다 3개 주와 자매결연을 맺고 텍사스·캘리포니아·미시간 3개 주와 우호협약을 체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남경필 경기지사 취임 이후로는 버지니아주와 정책협의회를 설치키로 하고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도내 기업의 수출 지원을 위해 국내 중소기업과 미국 바이어 1대 1 매칭, 로스앤젤레스(LA) 경기섬유마케팅센터 활용 현지 전시회 등 판로개척 지원사업과 제2판교테크노밸리 개발과 연계한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투자유치를 도모하는 등 경제협력을 대폭 확대하려던 참이었다.

부산=김기현·안동=박천학·수원=박성훈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