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주방글라데시대사관과 현지 한인투자자협의회 회원사들이 공동으로 주관한 사회적 책임활동 행사.
이윤영 / 駐방글라데시 대사
인도 동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 방글라데시는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나라이며 아직 개발도상국 정도로 인식되는 게 보통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 기업들이 1970년대 후반부터 진출해 봉제산업을 일으킨 나라다. 현재도 200개가 넘는 우리 봉제공장이 방글라데시 수출의 6% 이상을 담당하여 방글라데시를 세계 제2위의 의류 수출대국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해 온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다. 더욱이 우리가 원조하는 주요 50여 개국 중에서 최상위권으로 많은 공적개발원조(ODA)를 받고 있는 중점협력국가이기도 하다.
세계 최빈국(LDC)인 방글라데시는 최근 들어서 서남아권에서 우등생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연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1억6000만 명 이상의 인구에 성장잠재력을 인정받아 골드만삭스에 의해 ‘넥스트 11’ 국가 중 하나로 선정됐다.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에서 절대빈곤층 감소 등을 포함해 대부분의 항목을 조기 달성하는 등 사회경제 지표에서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4월 이러한 성장과 잠재성의 이면에 있었던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에 경종을 울리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바로 불법 증축됐던 9층짜리 라나플라자 건물이 무너져 입주해 있던 의류공장 노동자 1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수천 명이 장애인이 된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후 방글라데시 의류상품이 주로 수출되던 유럽과 미국의 언론과 소비자들이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유럽·미국·일본 유명 브랜드 업체들로 구성된 ‘어코드’와 북미 업체들로 구성된 ‘알리안스’가 주축이 돼 방글라데시 정부, 국제노동기구(ILO)와 함께 모든 의류 공장의 구조적 안전성, 화재 시설 등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에 착수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공장시설 점검과 별도로, 방글라데시 내에서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관심도 함께 고조됐다. 그동안 방글라데시에 진출해 있는 200여 개의 우리 기업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각자 나름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오면서 현지 기업들에 모범 사례가 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는 가장 규모가 큰 영원무역의 역사적 유물 복원사업, 삼성전자의 직업훈련 사업, LG전자의 농촌 개발사업 등이다. 특기할 사항으로는 지난해 말 LG전자 노조가 노조원 월급에서 갹출해 조성한 기금으로 무료병원인 다카병원에 에어컨 시설을 설치해주기도 했다.
사실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대부분이 중소업체들이고 CSR 활동을 펼치기에는 예산과 인력도 부족한 형편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우리 대사관에서는 재방글라데시 한인투자자협의회 회원사들과 공동으로 CSR 활동을 추진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우리 업체의 현지 근로자들 자녀들이 주로 다니는 지역 초등학교에 책상과 식수대를 제공하는 행사를 치렀다. 수백 명의 학생이 우리 대표단을 환영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연하다. 또한 우리 기업들의 CSR 활동을 알리는 세미나도 지난해까지 연례행사로 세 차례나 개최해 한국 기업들과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방글라데시 내 CSR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역할을 하였다.
라나플라자 붕괴사고는 엄청난 비극이었지만 기업의 CSR 측면에서 큰 교훈을 주었다. 방글라데시 내 의류공장 시설이 개선되고 최저임금이 78%나 인상돼 근로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 등 저개발국 내 근로자 복지는 각 기업들뿐만 아니라 선진국 의류 수입업체들도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국제적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이다. 또한 글로벌 경제에 있어 CSR는 더 이상 지역사회에 대한 시혜활동이 아니고 기업들이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요건이 됐으며, CSR의 출발점은 바로 공장 내 근로자 복지개선이라는 점이 방글라데시에서 확인된 것이다. 그동안 교역과 투자, 발주사업 수주 등 경제적인 이익확대 측면에 초점이 맞춰졌던 시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더불어 잘사는 ‘지구촌 행복’ 실현을 위해 정부와 우리 기업들이 함께 노력해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선순환을 우리 모두가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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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영(56) △성균관대 경제학과 △제21회 외무고시 △주 미국대사관 2등 서기관 △주 코트디부아르 1등서기관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정책과장 △외통부 통상전문관 △외통부 자유무역협정 교섭국장△주 방글라데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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