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동맹이냐 中 급부상 대비냐

한반도, G2 이해 격돌장 확인
100년 내다보는 외교전략 필요

최근 논란이 불붙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키워드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맞붙는 격돌지가 한반도이며, 한국이 한·미동맹과 한·중 관계에서 물리적 균형을 취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안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번 논쟁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 앞으로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비전하에서 정밀한 외교전략을 수립·구사해야만 미·중 세력전의 파고를 넘을 수 있으며, 통일은 물론 ‘통일한국’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의적 외교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외교가에서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에서조차 아직 제대로 된 담론이 형성돼 있지 않으며, 여전히 이념적 대립에 기반을 두고 사드 문제를 바라보면서 충돌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외교안보전략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은 1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쇠퇴는 피상적인 현상 인식”이라면서 “한국의 안보에 대한 고민은 미국이 약해지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인데 실제로 미국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변수를 중시하는 쪽에서는 중국의 급부상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서 한국이 친미 편향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김흥규(정치외교학) 아주대 교수는 이날 “중국은 최근 사드 문제를 보면서 한국에 대중 견제 심리가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중은 사드를 둘러싸고 한반도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2005∼2013년 총 13회에 걸친 사드 실험에서 11회 성공한 뒤 사드 배치 유력 지역으로 한반도와 중동을 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4월 해외 미군기지로는 처음으로 괌에 사드가 배치된 것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때문이었다. 미국 행정부에서 사드 문제를 한국과 논의해야 한다는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역시 한·중 고위급이 만나는 계기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경제적 수단까지 동원해 한국을 압박하려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그 어느 때보다 멀리 내다보면서도 미·중을 잘 설득할 수 있는 정밀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