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인문학’ 전성시대 ‘엄마 인문학’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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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 인문학’이라는 제목의 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 동안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니체 씨의 발칙한 출근길 : 직장인을 위한 제대로 먹고사는 인문학’, ‘관찰의 인문학’, ‘새벽의 인문학’(사진), ‘3D 인문학 영화관’, ‘사진 인문학’, ‘통일 인문학’, ‘비즈니스 인문학’까지 20권 가까이 나왔습니다. 제목만 훑어봐도 알 수 있듯이 요즘에 나오는 ‘○○ 인문학’ 책들은 대부분 인문학을 통해 융·복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인문학과는 딱히 관계없는 분야, 관계없는 주제들을 인문학적으로 사고해보려는 책들입니다.

미국의 시인인 다이앤 애커먼이 쓴 ‘새벽의 인문학’은 제목 그대로 ‘새벽의 의미’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한 책입니다. 새벽이 하루의 시작이니, 새벽은 매일매일 새로 태어나는 경험이라고, 새벽에 대한 성찰은 필연적으로 삶과 삶을 둘러싼 시간에 대한 성찰과 이해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인문학자 김경집의 ‘엄마 인문학’은 엄마들을 위한 여섯 번의 강연을 엮은 것입니다. 그가 엄마들의 인문학 혁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단언하고 있으니, 책은 교육과 인문학을 연결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 ○○ 인문학은 우리 시대 인문 열풍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곳곳에서 인문학 강의가 열리고, 중년의 직장인들은 각종 인문 커뮤니티에서 공부하고, 함께 모여 책 읽고 토론하는 ‘함께 읽기’ 모임은 엄청난 세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쪽에선 인문학 위기를 이야기합니다. 주로 대학에서의 위기지요. 인문 관련 학과들은 줄줄이 사라지고, 인문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은 단골뉴스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인문학 열풍은 결국 열풍으로만 끝나는 허약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에 대해 김민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계간 ‘창비’ 봄호에 실린 ‘사회인문학 하기의 긴 여정’에서 나름의 답을 제안합니다. 그는 자신의 답을 서경식, 노마 필드, 가토 슈이치의 ‘교양 모든 것의 시작-우리 시대 인문 교양은 왜 필요한가’(노마드북스)의 한 대목으로 대신합니다.

“대학에서조차 기계화와 야만화를 추진하는 교육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문학은) 승산 없는 무의미한 저항이 아닌가… 인간은 승산이 있을 때만 저항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승산 없는 저항은 무의미하고 쓸모없는 것도 아니다. 아무런 저항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애당초 승산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