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싫다’ 표시 안해”…가슴 만진 혐의 무죄

물리치료사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지만, 피해자가 현장에서 싫다는 의사를 표현하지 않다가 뒤늦게 고소한 점을 근거로 무죄 취지의 판결이 선고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약식기소됐다가 정식재판을 청구한 A(36)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환송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서울 한 한방병원에서 목 부위 통증을 호소하는 피해자 B(여·34) 씨를 상대로 수기(手技) 치료를 하던 중 침대에 누워있던 B 씨 가슴을 수차례 만진 혐의로 2013년 기소됐다.

1·2심은 “B 씨 진술이 일관되고 A 씨를 허위 고소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B 씨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태도가 자연스러운 것도 이유가 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반대로 B 씨 태도가 이상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B 씨는 지극히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A 씨 추행을 그만두게 하거나 추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처치에 순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싫다는 의사조차 뚜렷하게 표시하지 않고 이틀 후에야 고소를 한 것은 통상 추행을 당한 30대 여성이 보일 만한 태도가 아니어서 추행이 실제 있었는지 강한 의심을 갖게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A 씨가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그 진술에서 모순점을 찾기 어렵다”며 “B 씨 진술만 믿어 강제추행을 인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덧붙였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