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결국 혼란만 키운 ‘선행학습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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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바꾸고 있지만 변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근 교육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인터뷰에서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언 발에 오줌누기’식 정책들만 내놓는 교육부를 비판하며 했던 말이다.

17일 교육부가 2년 연속 벌어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 오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수능 개선안을 내놨지만,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서울대 교수 중심의 출제위원 체제에 대한 개선안이나, 교사 출제위원 비율 확대안은 빠졌다. 문제은행식 출제나 수능 자격고사화 등 구조의 개혁 방향조차 잡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대책이니 실효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선행학습금지법은 시행 6개월 만에 수차례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도대체 이 법을 왜 만드는지가 모호해졌다. 선행학습금지가 오히려 사교육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교육부는 방과후학교에 한해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이 대책이 시행되면 결국 학교수업에서만 선행학습이 불가능해져 가뜩이나 취약한 공교육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교육부의 각종 대책이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교육부가 교육현장이 아닌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주문이 좋은 의도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현장의 현실에 맞지 않으면 상황을 설명하고 주문을 수정해 정책화하는 것이 교육부의 역할이다. 물론 교육부 장관이 청와대 눈치만 보다 결국 자신의 교육적 소신을 한 번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물러난 예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 사이에 교육현장은 혼란에 빠지고 학생들은 고통을 받아왔다. 17일 진행된 수능 개선안 공청회에서 고3 학부모 김명실 씨는 “수능의 문제 하나가 아이들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부터라도 장관을 포함한 교육부 관계자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의 자녀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교육정책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유현진 사회부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