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과학교양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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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과학 잡지 ‘스켑틱(Skeptic·바다출판사·사진)’ 한국판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켑틱’은 심리학자이자 과학사가 마이클 셔머가 1992년 ‘회의주의 학회(Skeptics Society)’를 설립하며 창간한 잡지로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총·균·쇠’의 제러드 다이아몬드, ‘통섭’의 에드워드 윌슨 등 쟁쟁한 석학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호처럼 우리를 미혹시키는 것들을 논리적·비판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스텝틱’ 한국판 창간호가 한 달도 안돼 초판 4000부를 소화하고 재판 판매에 돌입했습니다. 정기구독자도 700명에 이릅니다. 초판을 소화하지 못하는 책들이 수두룩하고 특히 독자가 한정된 과학책의 경우 3000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돌풍’입니다.

‘스켑틱’뿐 아닙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의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영화 ‘그래비티’, ‘인터스텔라’의 흥행 성공으로 드러난 우주와 존재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힘입어 ‘코스모스’는 교양과학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습니다. 지난 1월부터 출판사가 진행 중인 ‘코스모스 오리지널 함께 넓게 깊이 보기’는 2, 3일 만에 신청자가 400∼500명 몰려들어 조기 마감되기도 했습니다.

‘스켑틱’, ‘코스모스’의 인기,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는 교양 과학서들 그리고 ‘그래비티’·‘인터스텔라’의 흥행 성공을 보면서 ‘과학’이 인문학을 제치고 우리 시대 ‘교양’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까지 양식 있는 지식인, 품위있는 시민 정도로 풀이되는 ‘교양인’이 갖춰야 할 지식은 주로 인문·사회였습니다. 과학은 쉽지 않고 복잡한 전문지식으로 여겨져 대중적 교양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우리 시대 교양지식 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자체가 과학에 기반해있으니 당연히 과학을 알아야겠지요. 하지만 최근의 교양 과학 열풍은 이보다 좀 더 근본적입니다.

평소 ‘인문학이 아니라 인간학’이 돼야 한다고 호소해온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시대가 왔다. 인문학 열풍이 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다 더 새로운 성찰을 원하는데 인간에 대한 가장 참신하고 도전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과학이다. 이때 과학은 인간·자연·우주에 대해 업데이트한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탐구이다. 예를 들어 우주 관련 지식이 아니라 광활한 우주속 인간에 대한 성찰이다. 갈릴레오도 다윈도 그렇듯 과학은 혁명적 사상으로 출발했다.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과학. 그런 풍경이 부활하는 것 같다.” 세상과 존재에 대한 더 깊고 새로운 답을 찾으려는 모색. 과학대중서들의 인기가 반갑습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