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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3월 20일(金)
별빛과 바꾼 35년 인생… ‘꿈을 찍는 별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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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사진은 2008년 중국 톈산산맥을 배경으로 촬영한 일식을 시간대별로 배치한 것이며, 오른쪽 사진은 2013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별지기들이 러브조이 혜성을 기다리는 모습을 담았다. ⓒ 황인준, 사이언스북스 제공


별빛 방랑 / 황인준 사진·글 / 사이언스북스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된 우주에 대한 동경과 이에 따른 아마추어 천문가 생활 35년…. 오랜 세월 밤하늘에 매료되어 내 인생 모두를 별빛과 바꾸었다.’

별을 보고 살기 위해 2006년 고향인 충남 온양에 작은 개인 천문대(호빔천문대)를 만들고 정착한 천체사진작가 황인준(작은 사진)이 말하는 자신의 간단 이력이다.

황 작가의 별 인생은 그가 아홉 살이었던 1975년 어느 날 시작됐다. 아버지가 사준 자전거를 자랑하기 위해 5㎞나 떨어진 성안 마을, 큰아버지 집에 놀러 간 날이었다. 당시 온양은 역전엔 마차가 짐을 실어나르는 소도시였고, 성안 마을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그를 보고 큰아버지와 사촌형이 ‘이 먼 길을 혼자 왔느냐’며 놀랐던 그날 밤, 어린 그는 큰집 앞마당에 멍석을 펴고 누워 쏟아지는 별을 봤다. 가난하고 고단했던 시절이었지만 밤하늘의 별빛은 아름다웠고, 이슬이 차다고 빨리 들어가라는 할머니 목소리는 단파 라디오 유행가와 뒤섞여 먼 자장가처럼 들렸던 밤이었다고 그는 기억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유학 후 증권맨, 대기업 건설 국제영업 전문가, 소프트웨어 벤처 대표 등을 거치면서도 1986년 한국아마추어천문가회 핼리혜성 촬영팀과 함께 한국 최초로 핼리혜성을 찍은 그는 결국 직장생활을 접고 고향 온양에 내려와 본격적으로 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책은 이렇게 보낸 지난 10여 년의 결과이다. 10여 년 동안 찍은 천체사진 중 선별한 사진 200컷을 담았고 이를 찍기 위해 떠났던 촬영 여행기, 과정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인생을 별빛과 바꾸게 된 자신의 삶을 풀어냈다.

책은 충남 아산시 송악면 마곡리 377번지, 호빔천문대의 밤하늘에 나타난 오리온자리에서 시작한다. 겨울의 대표 별자리인 오리온이 광덕산 동남쪽 사면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이어 호빔 천문대에서 250㎞ 떨어진 통영 하늘에 뜨고 통영 밤바다에 비친 시리우스 별, 천문대에서 900㎞ 떨어진 일본 화산지역 기리시마(霧島)의 금환일식, 천문대에서 2300㎞ 떨어진 몽골 페를지 국립공원에 내리쬐는 태양, 천문대에서 3600㎞ 떨어진 톈산(天山)산맥, 만년설 녹은 물이 지하수가 되어 땅을 적시는 그곳에서 촬영한 개기일식…. 현실의 이곳, 호빔천문대에서 점점 멀리, 점점 더 넓은 우주로 나간다. 호주 사막의 달, 알래스카의 오로라를 거친 사진은 결국 지구를 떠나 우주 방랑자 혜성, 7년간 촬영한 토성, 한국 아마추어 천체사진가로서는 처음 촬영한 천왕성, 10만 광년에 이르는 우리 은하의 성운, 성단을 거쳐 우주 가장자리까지 담아낸다.

카메라, 장비, 노출 정도, 촬영 방법 등 기본 정보가 정리돼 있고 시상(대기 안정도), 투명도(대기 청명도) 등 별 사진을 찍는 환경, 촬영 당시 느낌, 감동의 순간, 압도적인 광경 앞에 울음을 터뜨린 일화들 그리고 자기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 30년간 별을 보는 여건이나 환경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별과 밤하늘, 우주에 대한 동경”이라는 그는 “우주는 인간의 시공간 개념을 뛰어넘는 거대한 존재다. 별지기들, 밤하늘을 동경하는 젊은이들, 우리 미래인 어린이들에게 이런 삶도 있구나 생각하게 하는 책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 반경 50㎞ 내에서 은하수를 볼 수 없는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겐 보이지 않지만 광활한 우주에 존재하는 별 사진들과 유려하지 않지만 진솔한 글은 마음에 일렁임을 남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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