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진아 카지노 출입 ‘게임’-‘도박’ 이중 잣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수 태진아가 24일 서울 용산구청 대극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억대 도박설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태진아(61·본명 조방헌)가 기자회견을 열어 억대 도박설에 대해 해명한 후 연예인의 카지노 출입을 둘러싼 담론이 연예계 안팎에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연예인도 사인(私人)으로서 카지노에서 합법적인 오락을 하는 게 무슨 문제냐”라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일각에선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공인(公人)의 성격이 강한 연예인은 도박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은 절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한 한인매체의 보도로 불거진 이 사건은 태진아 측과 관련 매체의 진실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 ‘카지노 도박’과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태진아는 24일 서울 용산구청 대극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도박이 아니라 게임을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방문 당시 들렀던 카지노의 지배인도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연결한 전화 통화를 통해 “태진아는 보도된 것처럼 변장을 하고 카지노에 오지도 않았고, 억대의 게임도 하지 않았다”고 태진아를 옹호했다. 태진아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쏟았다.

태진아의 해명대로라면, 그가 미국에서 카지노에 간 것은 합법적 행위이다. 그럼에도 그는 “앞으로 카지노는 쳐다도 보지 않겠다.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태진아가 억대 도박을 했다면, 외국환거래법 위반을 했을 가능성이 커진다. 내국인이 출국할 때 1만 달러(약 1100만 원)를 초과해 소지하고, 신고하지 않으면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다. 외화 밀반출이기 때문이다.

카지노 지배인의 증언에 따르면, 태진아는 1000달러(약 110만 원)를 갖고 게임을 시작했다. 억대도박설은 터무니없다는 태진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그가 카지노를 출입한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있는 것은 ‘카지노 게임’을 ‘사행성 도박’과 동일시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탓이다.

현재 강원랜드 카지노에서는 내국인도 게임을 할 수 있고 정부에서도 카지노 산업을 육성하는 분위기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항에서는 카지노 광고에 쉴새없이 노출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박과 게임을 명확히 구분 짓는 잣대없이 ‘도박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이 사회적 딜레마를 불러오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도박과 게임을 구분하는 물리적 경계가 분명치 않아 이 같은 일이 발생한다. 소규모 도박이나 게임도 중독성 때문에 상습, 불법 도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1차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교육과 계도가 필요하고 태진아와 같은 유명인들은 더욱 신중히 행동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제적 요구나 관광산업을 위한 카지노 육성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내·외국인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