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살아나나>중개업소 밤까지 손님, 밀려드는 현수막 주문… ‘봄기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내 일자리는…' 부동산·건설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26일 새벽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인력시장에 일용직 근로자들이 대거 몰려 일거리를 기다리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매매 중개건수, 임대 초월… 대단지 아파트 청약 문의

인테리어공사 문의 증가… 업자 “일손 부족할 정도”

분양현수막·포스터 홍수 “1주일 15개 제작…활황”

“지금 같은 분위기만 지속된다면 이젠 한번 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한겨울은 분명히 지나간 것 같아요.”

꽁꽁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본격 회복세를 타면서 부동산발 훈풍이 부동산 중개업계와 인테리어 업계, 분양광고 인쇄업계, 가구업계 등 부동산·건설 후방산업으로 확산되면서 관련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일각에선 섣부르게 예단해선 안 된다고 말하지만 부동산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25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저녁 9시가 다 된 시간까지도 불을 밝히고 아파트 매매상담을 위해 몰려든 손님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중개업소와 같은 상가에 입주한 인테리어 업체도 늦은 밤이었지만 불을 훤히 밝히고 있었고, 점포 앞엔 타일과 페인트 등 이제 막 공사를 진행한 듯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퇴근한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26일부터 1순위 분양신청을 받는 인근의 대형 아파트 단지의 청약 여부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이 지역 A 공인중개사 대표는 “최근 한 달간 인근 아파트 매매 중개건수가 전세와 월세 중개건수를 넘어섰고 이번 주 들어서만 인테리어를 하겠다는 집주인들의 의뢰를 받고 인테리어 업체와 연결시켜 준 건만 다섯 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테리어 비용이 보통 적게는 6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 소요되는데도 그 비용을 감수하겠다는 집주인이 많았다”며 “인테리어 업체가 최소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의 매출을 1주일 만에 올리는 건 그동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라고 귀띔했다. 인근의 B 인테리어 업체 대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최근 인테리어 수요가 부쩍 늘어난 건 맞다”며 “온 가족이 함께 달라붙어 일을 거들어도 일손이 모자랄 정도”라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광고를 제작하는 업체들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풍덕천동 일대의 거리에 걸려 있는 아파트 분양광고 현수막은 골목당 평균 4, 5개씩 35개나 됐다. 현수막 외에도 버스정류장을 비롯한 길거리의 벽 곳곳에도 분양광고가 붙어 있었고, 이미 인근 부동산들엔 유인물과 대형 홍보 포스터들이 대거 배포된 상황이었다. 이 지역의 한 인쇄업체 대표는 “인쇄업은 오랜 불황을 겪은 대표적인 업종인데 올해 들어 갑자기 부동산 분양광고에 대한 제작 의뢰가 늘면서 최근 1주일 동안 제작한 현수막만 15개”라며 “오랜만에 경험해보는 활황”이라고 말했다.

가구업계에도 부동산 시장에서 시작된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종합가구 전문업체 현대리바트는 올 들어 공장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다. 가구제품 매출 또한 상승세다. 올해 2월부터 3월까지의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구업종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지표가 될 수 있는데 지금까지의 실적을 보면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