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대통령 司正의지 비웃다시피 하는 권력기관 非理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번에야말로 비리(非理)의 뿌리를 찾아내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는 비장한 비유까지 동원해 사정(司正)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러나 최근 권력기관 일각에서 잇달아 터져나온 비리 사례들은 이를 무색케 한다. 박 대통령 발언 이틀 뒤인 19일 감사원 감사담당관실의 4급·5급 공무원 2명이 서울 강남에서 감사 대상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측으로부터 성(性)접대를 받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사회 각 부문에서 켜켜이 쌓여온 고질적 부정부패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지만, 대통령 소속 헌법기관 간부들조차 그 영(令)을 우습게 만들었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12일 담화 이후 사정 드라이브는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검찰과 정부합동수사단의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가 국내 윗선 추적 중이고,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의 방산 비리도 비자금 수로에 근접했다고 한다.

경찰 역시 사정의 일역을 자임했다. 강신명 청장은 주초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각종 비리와 범죄를 근절하는 데 경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다잡으면서 토착·권력형 비리, 고질적 민생 비리 및 생활밀착형 비리를 3대 중점 영역으로 아울렀다. 국세청 일부 직원의 세금 감면 비리 사실을 포착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25일 서울지방국세청과 일선 세무서 5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한 것은 그 ‘첫 작전’으로 짚인다. 경찰이 이미 ‘뇌물 리스트’를 확보해 국세청에 대한 수사가 광역화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이번 사건에는 일부 간부의 성매매 의혹도 동반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비리 덩어리의 한 뿌리’ 비유를 더욱 적실하게 하는 맥락이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 사정 드라이브가 감사원·국세청 같은 권력기관에 앞서 민간을 겨냥한다면 ‘가치 도착(倒錯)’이다. 대통령 영을 비웃다시피 하는 비리부터 가차 없이 척결해야 국민 신뢰를 받고, 정치적 오해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