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안심전환대출’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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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 경제산업부 차장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이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올해 연간 한도액이 20조 원인데 조만간 정부가 설정한 한도액이 모두 소진될 것이 확실시된다.

안심전환대출은 “기존의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을 ‘고정금리이면서 원금도 나누어 갚는 대출’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왜 이렇게 인기가 대단한지는 대출 조건을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전환 대상이 되는 변동금리 대출의 평균 금리는 3.5% 정도인 반면, 안심전환대출은 2.6% 정도의 고정금리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0.9%포인트 정도의 이자율 하락 효과가 기대된다.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서 금리 변화에 따른 리스크(위험)까지 제거하는 것은 덤이다. 사실상 정부(주택금융공사)가 가계 부채 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자 중에서 원금을 나누어 갚을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안심전환대출은 문제가 많은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첫째, 안심전환대출은 국민이 민간 은행과 맺은 계약을 정부가 개입해 바꾼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더욱이 주택금융공사가 안심전환대출을 통해 손실을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주택금융공사가 부실해지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메꿔야 한다. 특정 차입자를 지원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왜 시행하는지 도무지 납득할 길이 없다.

둘째, 안심전환대출은 그동안 정부 정책을 믿고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대출자들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정부 정책에 호응한 국민들을 역차별하고 있다. 게다가 ‘고정금리 대출보다 싼 변동금리 대출을 받아서 일단 주택을 사두면 언젠가 정부가 대책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까지 조장하고 있다.

셋째, 형평성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자유시장 경제에서 정부의 정책(政策)은 시장 경제를 자유방임 상태로 방치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빈부격차 확대 등 각종 부작용을 줄일 때만 ‘존재 이유’가 있다. 그런데 2금융권 대출자는 제외하고, 한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전세 대란’에도 전세 대출은 처음부터 고려의 대상에서조차 배제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요컨대 안심전환대출은 소득 하위층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정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안심전환대출은 너무 많이 판매돼 이제는 되돌릴 수도 없다. 변동금리 대출을 가진 사람 중에서도 못 받은 사람이 수두룩하고, 고정금리 대출·2금융권 대출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불공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질 것이다. 앞으로 안심전환대출 대상자와 한도가 늘어나면 그만큼 부작용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한도액 소진됐다고 안 해주기도 어려워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애초에 대출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책무가 있는 금융 당국이 대출 이름에 ‘안심(安心)’이라는 한심한 말을 넣었을 때부터 모든 일이 꼬여버린 것이다.

haedong@munhwa.com